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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문 닫는 대구 성폭력상담소…새 법인 찾기 '감감무소식'

오는 6월 운영을 종료하는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부설 성폭력상담소 모습. 김지효 기자
오는 6월 운영을 종료하는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부설 성폭력상담소 모습. 김지효 기자

대구경북에서 성폭력 상담을 도맡아 온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부설 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가 오는 6월까지 운영한 뒤 문을 닫는다. 대구시와 상담소 측은 고용승계와 공간 제공에 나설 새 법인을 물색하고 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상담소는 1997년 문을 연 대구 유일의 성폭력 피해 상담기관이다. 2023년 기준 이곳 상담건수는 약 1천500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대구 성폭력 발생 건수가 1천700여건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이곳을 찾는 셈이다.

상담소는 운영 주체인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본연의 업무인 저출산과 고령화 업무에 집중하겠다며 산하기관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다. 상담소는 협회 측이 지난해 시설 퇴거까지 요청하면서 연말 폐쇄될 예정이었지만 대구시가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운영 연장을 요청하면서 폐쇄 시점이 6개월 미뤄지게 됐다.

문제는 6개월 이후에도 마땅한 해답이 없다는 점이다. 상담소와 대구시는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방법을 물색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여성가족부가 상담소에 법인을 변경하더라도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정작 운영을 도맡을 법인을 찾기가 쉽잖아서다. 상담소에 따르면 새 법인의 경우 새 공간 확보 뿐 아니라 소장과 상담원 등 기존 인력 4명의 고용승계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담소를 이어받아 운영하려면 새 법인 정관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하고, 없다면 이사회 등을 거쳐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 등 절차상 문제도 있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상담소가 문을 닫을 경우 성폭력 피해자 지원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여성통합상담소,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등 다른 여성 상담기관의 경우 각각 가정폭력 피해자나 장애인을 주로 상담하고 있어 성폭력에 특화된 곳이 한 곳도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상담소 관계자는 "최근 성폭력 범죄가 늘면서 성폭력 상담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성폭력 업무 전문성이나 기존 상담의 연속성까지 생각하면 상담소 폐쇄 시 지역 피해자들이 더 큰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상담이나 운영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내담자가 그대로 옮겨갈 수 있고, 종사자도 고용승계 되는 방향으로 법인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종사자 의견 수렴도 필요해 운영을 6개월 연장한 만큼 빠른 시일 안에 법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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