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놀이와 딱지치기·비사치기·팽이치기·제기차기 등 우리의 옛 놀이 방식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중이라고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에 생존 게임으로 소개되면서다. 소셜미디어에도 주요 콘텐츠로 떠올랐다. 숏폼 알고리즘에 맞춰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40대 이상 세대들에겐 추억 소환(召喚) 도우미다.
아파트가 주거 형태의 대세가 된 시대에 층간 소음을 고려하면 공기놀이 정도가 자유로운 축에 든다. 실내라면 어디든 앉아서 할 수 있는 경기 규칙 덕분이다. 휴대가 용이한 공깃돌 덕분에 저비용 고효율 재미도 자랑한다. 덕업상권(德業相勸)이 따로 있나. 재미있는 건 애써 전파하려 하지 않아도 널리 퍼진다. '만물 기원설' 주창자인 중국이 곧 끼어들 태세지만 인도, 네팔,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에 비슷한 놀이가 있다고 한다. 고증 가능한 기록물 중에 1733년 윤덕희('자화상'으로 유명한 윤두서의 아들)의 그림 '공기놀이'가 우리에겐 남아 있다.
국내에서도 지역별 용어가 다르다. 예컨대 점수가 나는 단계는 '판'이라 불렸는데 1895년 미국 민속학자 스튜어트 컬린이 쓴 '한국의 놀이'에는 '알 품기'로 적혔다고 한다. 기본 규칙은 대동소이하다. 손바닥과 손가락의 유기적 대응이 수반돼야 한다. 공깃돌 중 한 알을 집어던져 올린다. 동시에 바닥에 놓인 나머지 알을 순차적으로 거둬들인다. 던져 올려졌던 알이 내려오는 걸 잡아야 한다. 동체 시력이 우수할수록 유리하다.
당황스러운 건 합의를 거쳐야 하는 세부 규칙이 너무도 많았다는 사실이다. 어디까지가 쌍피인가를 두고 상호 수긍해야 하는 고스톱과 결이 비슷하다. 자리 옮기기 금지는 기본이고 움찔하는 동작(야구에서 투수의 보크만큼이나)도 반칙으로 간주됐다. 이런 세세한 합의는 고수들의 범람(氾濫)과 무관치 않다. 반복은 완벽에 수렴되고, 승부욕이 부른 몰입마저 극단에 오르면 실수가 승부를 가르는 지경에 가까워진다.
상대가 있는 게임의 승리 공식은 상대성에 있다. 상대방보다 실책을 줄이고 기회를 살려야 이긴다는 것이다. 2024년의 마지막 한 달은 급변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정치가 게임처럼 다뤄져선 안 되는 때인 것이다. 공동의 위기를 지날 때는 너의 실수로 내가 돋보이지 않는다. 나도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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