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고→일반고' 전환 10년 만에 두각…탐구 수업 중심 학생부 꽉꽉 채우는 대구중앙고

2025학년도 대입 수시 국내 우수 대학 합격자 배출
탐구·체험 활동 통해 학생들 느낀 점 기록으로 녹여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대구중앙고등학교 전경. 김영경 기자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대구중앙고등학교 전경. 김영경 기자

대구 수성구 내 유일한 선지원 일반고인 대구중앙고등학교(이하 중앙고)가 지난해 서울대 의예과 합격생을 개교 이래 최초로 배출한 데 이어 올해는 인문계열 최초로 서울대 합격자 2명을 배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중앙고는 내신과 교내외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연이어 우수한 결과를 내면서 그 배경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중앙고 학생들이 교과 연계 체험활동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고 제공
대구중앙고 학생들이 교과 연계 체험활동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고 제공

◆일반고 전환 후 10년 만에 두각

1955년 중앙상업고로 문을 연 중앙고는 중앙경영정보고 시절을 거쳐 2010년 3월 1일 '대구중앙고'로 교명을 바꾸고, 이듬해 6월 30일 일반고로 전환됐다.

상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지만 학교법인인 경북상업교육재단(이하 재단)은 기꺼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학령인구 감소 등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 사립학교로서의 교육철학을 재정립해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앙고는 뒤늦게 일반고로 전환된 점이 감안돼 추첨배정 일반고 지원 전 먼저 지원할 수 있는 '선지원고'가 됐다. 한동안은 상업고 이미지를 벗지 못해 일반고를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외면받기도 했지만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대입에서 점점 두각을 드러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2025학년도 대입(수시 기준)에서도 서울대(경영, 자율전공) 2명, 의예과 7명, 치의예 2명, 한의예 3명, 약학 6명, 연세대 1명, 고려대 1명, 서강대 1명, 중앙대 6명, 교대 6명, 사범대 20명, 경북대 30명 등 국내 우수 대학의 합격자를 다수 배출했다.

대구중앙고 학생들이 지난해 5월 수학캠프에 참가해 수학 교과와 연계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고 제공
대구중앙고 학생들이 지난해 5월 수학캠프에 참가해 수학 교과와 연계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중앙고 제공

◆본질에 충실한 탐구학습 활동 활발

중앙고 교사들은 최근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을 두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닌, 교사의 가르침에 따라 학생에게 실질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특히 학교는 깊이 탐구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융합형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 학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탐구학습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고가 지난 한해 동안 진행한 탐구 활동은 철학적 문제를 토론한 후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미래사회 탐구 프로그램', 교과와 연계한 심화 주제를 탐구하는 'ZOOM IN' 캠프, 심층 독서 후 심화 주제를 탐구하는 '독서와 삶을 잇다: 이음새' 프로그램 등이 있다. 교과, 독서 등을 연계한 탐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관심있는 주제를 직접 배우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한다.

미래에 어떤 전공·직업을 선택할지 설계하는 진로진학 교육도 탐구학습 활동이 주를 이룬다. 진로탐색을 돕기 위한 동아리 연계 전공 체험부터 직업 관련 소양·능력을 기르는 실험활동까지 진로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이 탐구 기반으로 설계됐다.

서울대 경영대학에 합격한 노주영 학생은 "교과에서 배운 기초 지식을 활용해 경영 분야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깊이 있게 탐구해 볼 수 있어 즐거웠다"며 "심층 탐구를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다양한 환경을 마련해 준 덕분에 탐구학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중앙고 교사들이 교과별 연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고 제공
대구중앙고 교사들이 교과별 연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고 제공

◆교내 활동 바탕 학생부·면접 역량 키워

중앙고는 이 같은 다양한 탐구학습 활동이 결국 대입을 위한 학생부의 기본 바탕이 됐다고 설명한다. 학생의 배움을 위한 과정 및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했고 이러한 부분이 결국 대입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교사들은 정규 수업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에 진행한 교과·진로·독서 연계 탐구 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있다. 이 또한 일방적이 아니라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상담하며 학생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은 바를 최대한 이끌어낸다.

최선희 진로진학 부장교사는 "탐구학습 활동은 학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고민하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다른 활동보다 의미가 크다"며 "직접 해본 내용들을 학생부에 그대로 녹이기 때문에 향후 면접에서도 자신의 경험에 확신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중앙고는 실제로 교내 활동으로 채워진 학생부를 바탕으로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하는 비중이 높다. 특히 올해 수시에서는 내신 성적 2.7점대인 재학생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인문계열)에 합격하기도 했다. 서울대 자율전공학부 합격자의 평균 내신 성적은 1점대 중후반으로, 특목·자사고가 아닌 일반고 출신 학생의 내신 2점대 합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교와 학생은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학생의 진로·가치관을 일관되게 잘 담은 학생부가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강은수 학생은 "학교에서 진로 연관된 수행평가나 체험활동을 많이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운동 선수를 했을 때 직접 실천했던 경험으로 바탕으로 식단 관리를 짜보는 탐구 활동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생부를 다채로운 경험으로 꼼꼼히 채우기 위해 진로 상담을 수차례 진행한다. 진로진학 담당 교사가 한해 진행하는 상담만 해도 400여건이 넘는다.

최선희 교사는 "교사들이 교육 서비스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을 세심하게 케어하다 보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상담 뿐만 아니라 좀 더 나은 학생부를 위해 교사들이 연구회·합숙 등을 통해 다각도로 (학생부를) 점검한 것도 최근 입시 성과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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