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몸에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반복되는 일상과 숨 가쁜 삶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때로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들, 소위 쓸모없어 보이는 행동이 우리를 숨 쉬게 하는지 모릅니다. 가령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는 것, 낙서 같아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들입니다.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인생에는 저마다 수행해야 할 과업이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의 잣대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긍정하며, 성취나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얻게 된 깨달음과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 두 권을 만나 보세요.

◆ 인생의 도전, 오늘의 삶으로 가져오기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의 표지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의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는 50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탐색합니다. 퇴사한 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40년 만에 피아노를 다시 시작합니다. 중장년이 되어 치는 피아노는 어릴 적 치던 피아노와 다릅니다. 작가의 말대로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고, 머리는 굳었고, 노안으로 악보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른바 '어른의 피아노'는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이 원해서 치는 것이기에 결승점이 없고 단순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진정한 즐거움'의 영역입니다. 오히려 인생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피아노는 너무 버거운 상대라고 말합니다. 작가는 베토벤이나 쇼팽 작품과의 만남은 인생 후반전에 생각지 못하게 받은 선물이며, 인생의 아름다움과 마르지 않는 즐거움의 원천을 피아노 치는 것에서 발견했다며 기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쉽게 늘지 않는 연주 실력과 성실하게 연습하면 할수록 손가락 통증이 커지는 현실 앞에서 작가는 또 다른 통찰을 얻습니다. 몸의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사력을 다해 해결하려는 우악스러운 젊은 날의 버릇을 버려야 한다고 결론짓습니다. 그 여분의 힘을 뺀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머리를 비우고 무심의 상태가 되어 남은 힘마저 뺐을 때 비로소 날것의 내가 밖으로 나오게 됨을 깨닫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면 되지만 노인은 야망을 품지 않고 지금을 즐긴다고 작가는 담담히 말합니다. 왜냐하면 노인은 현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런 자세는 비단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요?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굳이 퇴직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오늘의 도전으로 가져온다면 어떨까요? 학생도 어른도 모두 바쁘다고 아우성치는 요즘이기에 노인이 된다고 한가할 리는 없을 것이며, 또한 아무리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노인의 삶이 주어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어둠을 통과해 만나는 자기 긍정

'나는 까마귀'의 표지

그림책 '나는 까마귀'에는 날개를 다친 까마귀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스스로조차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인지 아무도 없는 깊은 산으로 숨어 들어갑니다. 초라하고 상처받은 날개를 감추고 싶어서 이것저것을 모아 몸을 가려봅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도 타인들의 평가가 들리는 듯합니다.

"너는 까마귀로구나. 까맣고 불길한 까마귀"

한때는 까마귀도 사랑스러운 존재일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작새처럼 되려고 자신을 꾸몄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까마귀가 아닌 척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었지요.

칠흑 같은 어둠을 통과하고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이었습니다. 누군가 햇살을 받은 까마귀를 보고 그 빛깔이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단지 까맣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금빛으로도, 자줏빛으로도, 비췻빛으로도 빛난다고. 까마귀는 본래 그런 존재였는데, 이제야 까마귀는 감았던 눈을 뜨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됩니다.

처음부터 까마귀가 공작새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계속해서 아름다운 까마귀로 살아갔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는 경쟁이 있고, 평가가 있으며, 세상의 잣대가 있기에 까마귀와 같이 상처받기도 하고 사람들을 피해 숨어들 때도 생깁니다. 어둠의 긴터널이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런 시간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얻습니다. 까마귀가 가진 본래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른이자 부모, 교사와 우리 사회의 역할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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