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慘事)가 공항과 항공사의 안전 규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런 구조물이 다른 공항에도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정부는 제기되고 있는 항공 안전의 문제점을 개선해 더 이상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쉽게 파손되는 물질로 조성돼야 한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흙으로 덮인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됐다. 콘크리트 둔덕은 포항경주공항, 여수공항, 광주공항 등에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콘크리트 둔덕의 위법성(違法性) 지적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검토해 보겠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종단안전구역이 ICAO 권고(勸告) 기준에 미달하는 공항도 많다. 국토부 고시(告示)는 착륙대의 끝으로부터 240m를 권고하면서 최소 90m는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경주공항(92m), 사천공항(122m), 무안공항(199m) 등은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만 권고 기준에는 못 미친다.
조류(鳥類) 충돌은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조류 충돌은 623건, 조류 충돌로 회항한 항공기는 7편에 이른다. 그러나 조류 충돌 예방 시스템은 미흡하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15개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곳은 전무하다. 조류 탐지용(探知用)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공항도 3곳에 불과하다. 조류 충돌 예방 인력은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40명이나, 소규모 공항의 경우 2~4명에 불과하다. 작은 공항이라고 해서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이번 참사로 저비용 항공사(LCC)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LCC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무리한 운항과 부실 정비를 초래하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사고 여객기는 48시간 동안 13차례나 운항했지만, 정비는 최소 요구 수준만 충족(充足)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항공안전법상 국적사 과징금 처분 현황'을 보면, 상위권 3개사가 모두 LCC다. LCC의 수익 추구가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토부는 전국 공항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과 6개 항공사가 운영하는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보잉 737-800) 101대를 특별점검하고 있다. 엄격하게 조사해서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현행 규정(規程)의 준수 여부만 따져서는 안 된다. 규정이 국제 기준에 미흡하면 뜯어고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그랬듯이 대형 사고는 허술한 규정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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