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I 다음은 '로봇 시대'…빅테크·대기업 격전지로 떠올라

엔비디아, 로봇 컴퓨터 개발…테슬라, '옵티머스' 내년 출시
아마존·오픈AI도 투자 확대
삼성, 로봇기업 자회사 편입…현대차그룹·LG전자도 참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3월에 미국 세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엔비디아가 직접 훈련시킨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AFP통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3월에 미국 세너제이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엔비디아가 직접 훈련시킨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AFP통신
인공지능(AI) 로봇 전망치. 2024년 기준 170억9천만달러에서 2034년 1천242억6천만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1.9%로 추산된다. 프레시던스리서치 제공
인공지능(AI) 로봇 전망치. 2024년 기준 170억9천만달러에서 2034년 1천242억6천만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1.9%로 추산된다. 프레시던스리서치 제공

로봇 산업이 인공지능(AI) 열풍을 잇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높은 잠재력에도 상용화가 지연되면서 시장 성장 폭이 제한적이었으나, 급속히 발전한 AI 기술을 결합한 고도화된 로봇의 개발로 이전과 다른 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은 로봇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도 로봇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챗GPT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AI 인프라에 쏠린 투자금이 로봇 개발로 분산되는 분위기다. 올해를 기점으로 '로봇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진심인 빅테크

AI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리던 빅테크들은 로봇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로봇 산업은 반도체, 광학, 통신, 소프트웨어, 기계공학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가 집약돼 있고 산업 현장을 넘어서 물류, 요식, 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로 확장성이 두드러진다.

AI 반도체 업계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중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컴퓨터의 최신 버전 '젯슨 토르'를 출시할 예정이다. 로봇에 탑재되는 반도체부터 로봇 훈련에 쓰이는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설계해 선도적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테슬라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셔츠를 접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셔츠를 접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는 2022년 9월 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한 후 2026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제품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옵티머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로보(무인)택시 자율주행 행사에 등장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맥주를 따르고 사은품을 나눠주는 것은 물론 군중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등 향상된 기능을 선보였다.

구글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로봇에 적용하는 AI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자회사 딥마인드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인 '앱트로닉'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업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아마존의 투자를 받은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을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디짓은 세계 최대 물류기업인 아마존 물류창고에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나란히 로봇 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로봇에 탑재할 대규모 AI모델과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으며 작년에만 기업 가치가 6배 급등했다.

오픈AI의 경우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컬 인텔리전스 외에도 로봇 스타트업인 x1과 피규어 AI 등에 투자했다. 피규어 AI와는 로봇 연구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또 피규어 AI는 최근 오픈AI과 공동개발한 AI 모델을 탑재한 인간형 로봇 '피규어 02'로 BMW 공장에서 금속 부품 이동 작업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이동형 양팔 로봇 RB-Y1. 레인보우로보틱스제공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이동형 양팔 로봇 RB-Y1. 레인보우로보틱스제공

◆삼성의 참전, 로봇 시대 앞당기나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대기업도 로봇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연구진이 설립한 기업으로, 다족보행 로봇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며 로봇 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위기론에 직면했으나, 미래 먹거리를 육성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콜옵션의 1차 행사 만료 기간이 2026년 3월, 2차는 2029년 3월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삼성전자의 로봇 산업 진출 의지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등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2021년 인수한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족보행 로봇 개 '스팟' 등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의 생성형 AI로 언어 능력을 강화한 LG 클로이 가이드봇. LG전자 제공
구글의 생성형 AI로 언어 능력을 강화한 LG 클로이 가이드봇. LG전자 제공

LG전자 역시 상업용 로봇 사업을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집중 육성 중이다. 경북 구미 LG 퓨처파크에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2017년 인천국제공항 안내 로봇 서비스를 시작으로 배송, 방역 등 다양한 상업용 로봇을 선보여왔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로보틱스 분야는 글로벌 주요 제조국의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성장이 필연적"이라며 "2025년은 국내 제조 대기업들의 로보틱스 산업에 대한 추가 투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매우 높은 한 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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