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의 훼손을 막는다는 이유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직원까지 동원되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공단 측은 앞으로 보안 인력을 추가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공단 직원들은 지난달 23일 자정부터 동대구역 광장 야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비상근무를 서는 직원들은 퇴근 후 동대구역으로 나와 불침번을 선 뒤, 다음 날 보상 휴가를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 A씨는 "내 일도 아닌데 잠까지 줄여가며 동상을 지켜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동상을 지키기가 싫고 끔찍하지만, 싫다고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한 직원은 "사람 보고 동상을 지키라는 게 지금 시대에 맞는 발상인지 모르겠다"며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무엇이 다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근무 지시는 '업무 외 지시'이므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동상 감독에 동원된 직원들은 체육시설운영처나 주차시설, 교통운영팀 등 동대구역 광장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부서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보상 휴가를 부여하는 것 역시 적법하지 않다는 논란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상휴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선결돼야 하나, 노조 측이 확인한 결과 합의 과정이 누락됐다.
장영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지역지부 사무국장은 "합의 정황이 보이지 않는데, 임금을 아끼기 위해 보상 휴가를 준 것은 근로기준법의 위반되는 행위"라며 "정당하지 않은 업무를 지시하면서, 제대로 된 보상도 부여하지 않는 행위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단은 시와 협의해 1억2천600만원을 들여 담당 인력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직원들은 동상만 보호하지 않고, 사무실과 광장 곳곳을 오가며 광장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며 "공공기물을 지키는 일은 본래 시설관리공단의 업무라고 판단하고 일시적으로 직원을 동원했다. 인력 추가 고용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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