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향래] 강소국(强小國)의 조건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는 인구 2만 명도 안 되는 소국이지만 중국에 당당하다. 중국이 경제 지원과 단체 관광을 무기로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했지만 단호히 거부했다. 오히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중단으로 맞서기까지 했다. 그 전에는 자국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에 발포하고 선원을 나포하기도 했다. 중국의 횡포에 민주주의적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 간의 외교적인 노력과 함께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고 안보를 위한 미군기지 유치에 적극적이다.

유럽의 발트 3국에 속하는 리투아니아는 한반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국토에 인구 28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주변 강대국에 당당하다. 유럽연합(EU)이 제재한 품목을 실은 러시아의 열차를 봉쇄했는가 하면, 대만대표부를 설치하며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러시아군에 맞서 피를 흘리며 독립을 쟁취한 리투아니아는 민족의 자존과 정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최근에는 중국 외교관 3명을 추방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리투아니아가 이렇게 러시아와 중국에 드러내 놓고 맞서는 것은 미국과 EU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 내 집단 방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EU와 나토에도 가입한 것은 물론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다. 싱가포르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등은 세계 무대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은 나라들이다. 혁신적인 기술력, 수준 높은 교육 시스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특화된 산업 육성, 그리고 정치적인 안정 등이 저마다의 무기이다. 강력한 군사력과 문화적인 역량에다 외교적 수완까지 발휘할 수 있다면 대국(大國)이 아니어도 강국(强國)이다.

덩치가 크다고 대국이 되고, 덩치가 작다고 소국(小國)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력과 국격은 규모에만 비례하지 않는다. 맹자가 말했듯이 소국은 지(智)로 사대(事大)를 하고, 대국은 인(仁)으로 사소(事小)를 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를 존중할 줄 알고, 우리보다 강한 나라에도 비굴하지 않은 것이 국격이 있는 나라의 외교이다. 크지만 품격이 없는 나라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한국은 강소국의 장점을 지닌 나라가 되었지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천박한 정치문화이다.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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