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체포영장 집행 떠넘기려다 웃음거리 된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한 이후, 5일 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체포 집행을 이첩한다'는 내용의 공문(公文)을 보냈다가 8시간 만에 철회했다. 경찰이 "내부적 법률 검토를 거쳐 공수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사실상 집행 거부 의사를 밝히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스스로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지휘를 철회하면서 "자체 법리 검토 결과 영장 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도대체 어떤 검토를 했기에 그렇게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47조, 형사소송법 81조에 근거해 영장 집행을 사법경찰관(경찰)에 일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 마련된 수사준칙에는 검사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영장 지휘는 가능하지만, 경찰에 대한 영장 지휘를 규정하는 문구는 없다.

공수처의 황당한 '체포 집행 이첩'에 대해 "공수처가 당근마켓이냐, 체포영장을 주고받게"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최근 공수처의 위법(違法)·무법(無法) 행태는 법치주의(法治主義)의 근간을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에도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규정하고,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 등을 청구했다. 이에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군사상 비밀과 공무상 비밀이 있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못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110·111조 규정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영장(令狀)을 발부했다. 판사가 마음대로 법 적용을 배제할 법적 권한은 없다.

이런 영장을 받아 들고 공수처는 3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없으면서 경찰력을 동원해 1급 보안시설이자 군사시설인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다. 공수처는 법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수사기관이다. 그런데 불법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이런 수사기관은 잠시라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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