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년 만에 안동서 깨어난 벽 속의 걸작, 앙드레 부통 신부의 희귀 벽화

앙드레 부통 신부, 성당과 공소에 성화 그리며 선교활동한 인물
"벽 속에 보물이 있다"는 소문에 벽화 발견할 수 있어

앙드레 부통 신부가 1973년쯤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전통혼례의 모습을 담은 민속화 벽화의 모습. 부통 신부는 성당과 공소에 성화를 그리며 선교활동을 했던 인물로 기존 발견 벽화와 다르게 이번에 안동서 공개되는 벽화는 한국의 전통혼례 모습을 담아 희소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안동시 제공
앙드레 부통 신부가 1973년쯤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전통혼례의 모습을 담은 민속화 벽화의 모습. 부통 신부는 성당과 공소에 성화를 그리며 선교활동을 했던 인물로 기존 발견 벽화와 다르게 이번에 안동서 공개되는 벽화는 한국의 전통혼례 모습을 담아 희소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안동시 제공

2023년 늦가을, 안동시도시재생지원센터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 현장에선 "이곳 벽 속에 보물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부터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사용하고 있는 해당 건물은 옛 안동예식장이 있던 곳이다. 안동예식장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수많은 결혼식과 행사가 열리던 주요 장소였다. 소문은 단순한 농담처럼 들렸지만,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장소인 만큼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센터 측은 내시경 장비를 들고 벽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예식장 벽 속에 50년 동안 봉인돼 있던 걸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벽화의 정체는 1960~70년대 천주교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프랑스 베네딕도회 소속 앙드레 부통(1914~1980) 신부의 작품이었다. 그는 성당과 공소에 성화를 그리며 선교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당시 발견된 벽화는 그의 기존 작품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국 전통혼례 모습이 민속화 형태로 생생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당시 안동예식장을 운영하던 고(故) 류한상 전 안동문화원장은 부통 신부로부터 이 벽화를 선물 받았던 것이다. 당시 벽화그림을 선물로 받게 된 과정은 녹취록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발견 당시 벽화는 먼지와 시간의 흔적에 덮여 있었지만, 안동시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1년여 간의 보존 작업을 통해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안동시 관계자는 "197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리모델링 공사와 숨겨진 보물이 있다는 흥미로운 소문이 아니었다면 벽 속에서 영원히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며 "주로 선교 목적으로 성화를 그렸던 부통 신부가 민속화를 그린 점은 희소성이 높아 뛰어난 예술성에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동시는 8일 오후 2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이 벽화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시는 이 벽화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미술계·종교계·문화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시는 이 벽화를 경상북도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부통 신부의 벽화는 희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단순한 그림이 아닌 시간과 역사를 초월해 현재로 다가온 하나의 이야기"라며 "지역 경제와 구도심 재생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잘 보전하고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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