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 많던 나무 어디갔나" 22억 들여 재단장한 2·28 기념중앙공원에 시민 반응 싸늘

1년 4개월 간 재단장 공사 마치고 지난달 31일 공개돼
온·오프라인서 시민들 "그늘·볼거리 어디가고 썰렁함만…" 비판
대구시 "점진적 개선할 것… 넓은 잔디서 행사 예정"

6일 방문한 2·28기념중앙공원. 지구본 분수대를 중심으로 설치됐던 우거진 나무들, 벤치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나무 한 그루만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정두나 기자.
6일 방문한 2·28기념중앙공원. 지구본 분수대를 중심으로 설치됐던 우거진 나무들, 벤치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나무 한 그루만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정두나 기자.

오랜 기간 재단장 공사가 진행됐던 2·28기념중앙공원(이하 2·28기념공원)이 기존 나무의 절반 이상이 제거된 채 재개장해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탁 트인 잔디광장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나무그늘과 벤치가 사라진 공원에 대한 지적이 적잖은 상황이다.

대구시는 지난 2023년 8월부터 '동성로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 22억을 투입해 2·28기념공원 재단장에 나섰다. 서로 엉켜 자라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나무와 조형물이 방치된 데다가, 밤에는 우범지역이 된다는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적잖아서다.

7일 오후 2시쯤 방문한 대구 중구 2·28기념공원. 기존 공원 중앙에 설치됐던 분수대나 벤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름철에는 그늘을, 가을에는 낙엽으로 볼거리를 선사하던 수많은 나무도 모습을 감췄다.

나무와 벤치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직 자라지 않은 잔디만 남아있었다. 바람을 막아주던 기물이 모두 사라져 칼바람이 부는 탓에, 이날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외투를 단단히 여몄다.

이날 공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재개장된 이후 처음 공원을 찾았다는 김남희(50) 씨는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자마자 휑한 공원이 펼쳐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예전에는 나무나 기물이 많아서 공원이 풍성했는데, 무슨 의도로 공간을 비워놓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성로를 방문하면서 종종 공원을 찾았다는 이은비(29) 씨 역시 "예전에는 곳곳에 그늘과 의자가 있어서 편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질 않아서 당황스럽다"며 "잔디 공간을 활용하려면 돗자리를 가져와야 하는데, 시내에 나오면서 돗자리를 챙겨오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꽃나무를 심는 등 점진적으로 공원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최병원 공원조성과장은 "불필요한 조형물과 50%가 넘는 나무를 치운 것은 주변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며, 향후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빈 곳을 채울 예정이다"며 "탁 트인 잔디광장 덕에 한층 밝아진 데다가 버스킹과 같은 행사가 가능해져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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