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가 재조명받고 있다.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시작된 홍해 사태로 주요 해상운송로인 수에즈운하의 통항이 제약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운하의 통항 제한, 대만해협의 통항 위기 등이 기존 글로벌 해상운송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가 증폭되면서 대안 운송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북극항로이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를 미국에 넘길 것을 요구하면서 해상운송로와 북극해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하여 러시아 북부의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북동항로를 지칭한다.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남방항로는 2만㎞인 반면, 북극항로는 1만3천㎞로 운송 거리가 30% 이상 줄어들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 특히 2024년 7월 러시아의 로사톰과 중국의 뉴뉴선사가 협력하여 러시아-중국 간 북극해 경유 컨테이너 복합운송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한국은 2013년 9월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최초로 유류 제품선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시도하였다. 시범 운항에 이어 세 차례의 추가 운송 사례가 있었으나 컨테이너선 시범 운항은 없었다. 반면에 덴마크 머스크사는 2018년 8월 컨테이너선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실시하여 부산항의 환적화물 등을 유럽과 러시아 항만으로 운송하였다.
현재 북극항로는 해빙이 가시화되는 7월부터 11월까지 약 5~6개월간 이용이 가능하다. 그 밖의 기간에는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여야 한다. 연중 상시 이용이 가능한 시기는 북극해가 완전히 해빙되는 2030년경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나, 이용 기간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러시아 정부도 북극항로의 활성화를 위하여 2019년 '북극항로 인프라 개발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이 종료되는 2035년도에는 2억2천만 톤(t)의 물동량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대구·경북은 국제물류 통로인 포항영일만항 컨테이너 터미널과 내륙의 물류기지인 영남권 복합화물터미널을 가지고 있으며, 2030년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이 있다. 컨테이너항만, 공항 그리고 물류기지가 잘 갖추어진 물류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거점 시설 간 철도와 도로 연결을 체계화하여 수출입 부가가치 물류 활동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글로벌 물류 삼각 축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러시아 북방 물류에 특화되어 있는 포항영일만항이 북극항로 환적거점항이 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로 영일만항을 기점으로 컨테이너선 북극항로 시범 운항과 러시아 북극해 기관들과의 협력을 추진하여야 한다. 포스코(POSCO)를 중심으로 구미 지역 수출기업과 영일만항 운항 선사 등이 협력하면 시범 운항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극해 기관과 정부 및 기업 차원의 협력 방안 도출은 북극항로 서비스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 번째로 유럽 향발 국내 수출입 화물 유치를 위한 선화주 협의체 구성과 일본 지역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항만 마케팅을 강화하여야 한다. 2023년 기준 235만 개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국내 화물 유치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핵심은 일본 서안 지역의 화물 유치 여부이다. 일본 서안 항만의 화물이 유치되어야만 환적거점항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북극항로 서비스를 선점할 수 있도록 쇄빙선 건조는 물론 선사를 위한 내빙 선박 건조 자금의 지원이 필요하다. 수익 구조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 선박에 비해 2배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내빙선을 건조하기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공적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국가 리스크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하루빨리 국정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라며, 각 지역의 컨테이너화물이 영일만항에서 선적되어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되는 장면을 새해 아침에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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