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서명수] 오염된 대한민국 사법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법관윤리강령 제7조 ①항은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해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②항은 '법관은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에 가입하거나 선거운동 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활동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지켜지고 있나?

#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관할(管轄) 법원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하면서 위법한 영장 청구이며 '영장 쇼핑' '판사 쇼핑'이라는 비난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6일 서부지법에 재청구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판사는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판사의 재량을 벗어난 위헌·위법한 영장 발부였다.

#2. 지난해 11월 25일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부장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진성은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위증범에게는 중형을 선고하고 위증교사범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3.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강규태 판사는 1년 4개월을 끌다 돌연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라며 사직했다. '1심을 6개월 내에 끝내라'는 공직선거법 강행 규정은 휴지 조각처럼 무시했다. 이런 곡절 끝에 이 대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그러기까지 무려 2년 2개월이 걸렸다. 1심 선고 6개월 시한이 지켜졌다면 이 대표가 아직도 정치를 하고 있을까.

#4.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재판의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로만 15개월을 허송했다. 조국 사건 1심도 맡아 재판 도중 3개월 병가를 내는 등 역시 재판을 질질 끌었다.

#5. 조국 사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징역 2년형의 1심 선고를 유지했으나 조국을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조국은 조국혁신당을 창당,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12석을 당선시키는 기현상을 빚어냈다. 항소심 재판부가 전례에 따라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을 법정 구속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국가적 정치 낭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오염(汚染)은 더욱 심각하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과 이미선·정계선 등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3명이나 포진해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도 '중도좌파'로 분류된다. 과연 이들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등 산적한 사건들에 대해 정치적 신념과 절연해 '법의 잣대'로만 판결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헌재는 헌재법에 180일로 규정된 탄핵 심리 기간을 무시하려는 듯 신속 재판을 강조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 탄핵 심리 절차와 헌재법에 따른 소송서류 송달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고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전혀 없다.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핵심 사유인 내란죄를 철회하겠다는 소추인단의 요청을 받아 준다면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도 듣지 않고 '재판부 재량'이라고 했다.

사법부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법관들에 의해 오염돼 '정치 재판'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판결이 속출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뢰를 잃은 사법부는 존중받을 수 없다. 이는 사법부,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의 비극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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