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7년째 대학 등록금 동결, 교육 경쟁력 약화 우려

정부가 17년째 대학 등록금 동결(凍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당수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 현실화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5.49%)를 공고하면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명의로 "동결 기조를 유지해 달라"는 서한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동결을 압박(壓迫)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지원을 못 받더라도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일부 사립대는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한 사립대에선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학 시설이 초·중·고교보다도 못하고 초라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자조(自嘲)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대학은 더 열악하다. 최근 거점국립대 총장들은 "우수 교원 채용이 어려워지고 시설이 노후화되는 등 교육 여건이 악화되는 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 모집난이 극심한 지방 사립대들은 인상에 선뜻 나설 수도 없어 눈치만 살피고 있다.

등록금 인상은 물가와 가계에 부담이 된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의 장기화가 교육·연구의 질을 떨어뜨리면 대학과 국가의 경쟁력은 약화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한국의 대학 경쟁력 순위가 64개국 중 49위란 점을 돌이켜봐야 한다. 국가장학금을 볼모로 대학의 등록금 결정권을 옥죄는 것은 선심(善心)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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