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서 여성 20명 살해하겠다"…20대 남성 징역형 집유 확정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20명의 여성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상에 올린 20대 남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7일 살인예비, 협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3년 7월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길이 30cm가 넘는 흉기를 구매한 내역을 올리며 "수요일 신림역에서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는 글을 작성해 신림역 인근에 살거나 근처를 방문할 예정인 젊은 여성들을 살해할 목적을 예비하고 인근 상인과 주민들을 위협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또 같은 해 3월 1일부터 7월 24일까지 여성을 증오하는 내용의 글을 2천건 가까이 작성했으며 댓글도 166건 작성한 혐의도 있다.

A씨는 자신의 처지가 여성들 때문이라는 증오심에 빠져있었는데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두고 다른 이용자들과 게시글·댓글 등을 통해 설전을 벌이다 격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이 같은 글을 적었을 때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사흘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해 다수의 시민들이 상당한 불안감과 불편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 피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우 저속한 표현 방법을 사용해 한국 여성이라는 동질의 집단을 경멸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상당수 확인된다"면서도 "평소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표출하거나 왜곡된 젠더의식을 드러내거나 특정 집단 전체를 비난하거나 단순히 주관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어 "게시글 중 일부는 피고인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국제결혼에 관한 가치관을 부적절하게 드러내는 취지에 불과하다"며 "이를 열람한 이용자들로 하여금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가지게 할 만한 내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익명의 공간에서 왜곡된 세계관에 갇혀 한국 여성이라는 매우 광범위한 집단에 대해 경멸하거나 비하하는 문제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개별 게시글마다 상대방이 명확히 특정돼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