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집행이 여의치않자 경찰에 위임했다가 비난이 일은 후 회수하고 재청구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발생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그 자체로 중대사건이다. 탄핵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뭉기적거리다가 이렇게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의 참사 와중에도 이재명을 띄우는 글이 여러 매체에서 보인다. "일 하나는 잘한다"느니 "정부가 손놓고 있는데 혼자 참사 현장을 찾았다"는 식의 글을 사이버 공간상에서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속보이는 선전은 역효과를 낸다.
◆한국 보수의 위기와 과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고위직을 제대로 물갈이 하지 못하고 되치기를 당한 모양이다. 상대는 비정규전을 하고 있는데 정규전을 한 격이다. 법규를 준수하려다가 정치적 권모술수를 부리지 못했다. 헌재심판관이 국회가 표결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내란죄를 빼고 심의하는 게 어떠하냐고 국회 소추대리인에게 제의했다. 국회 재표결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헌재는 중립적 입장을 벗어나 '재판거래'를 한다는 의심을 샀다.
윤 대통령이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해 이 사태까지 이르렀다. 여당 대표로부터 배신당했고 건전한 결심을 보좌할 수 있는 참모도 구하지 못했다. 어떤 사유 때문인지 비상계엄 선포 시기와 방법을 오판해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비상계엄은 전광석화처럼 실행하고 나서 왜 했는가를 발표해야 한다. 실행하기 전에 '내가 계엄선포하니까 너는 대비해라'하는 계엄은 듣도 보도 못했다. 대통령이 통수권을 바르게 행사하도록 참모들이 제대로 보필을 하지 못했다.
보수 여당 인사들은 자기 직분이라도 성심성의껏 일해서 안정을 도모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내팽개치고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고 대통령 출마 채비를 하겠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 무료급식 건으로 직을 걸어 시장직을 헌납한 적이 있으면서 또 서울시장을 중도에 관두고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설레발을 친다.
홍준표 역시 과거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실패했고 대구시장에 도전하여 시장직을 수행 중이다. 그는 말투가 젊은이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여 배척을 당해놓고도 여전히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가느냐?"고 하면서 출마의 뜻을 비추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보다 이재명을 다룰 사람은 자기밖에 없고 트럼프에 맞짱 뜰 사람도 대한민국에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적 리더십의 회복 방법
한국 보수의 위기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이 권력을 잡는데 혈안이 돼있는 데서 온다. 그러느라 사람을 제대로 키우지 않는다. 지도자가 위기에 처하면 도와서 구해 줄 생각보다 밀쳐내고 자기가 그 자리에 앉겠다는 태도에 한계가 있다. 이웃 일본은 장돌뱅이 같은 인간들이 정계에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게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키운다.
대표적인 정치인 양성소가 마츠시다 정경숙이다. 마츠시다 정경숙은 일본의 경영의 신으로 불리었던 마츠시다 고노스케가 1979년 설립한 기관이다. 여기서 정치인이 되고싶은 사람을 3년간 교육한다.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 다수의 국회의원, 지사 등이 마츠시다 출신이다. "뜻을 가진 미래의 리더들이 이상사회의 비전을 만들고 실천자가 되도록 돕는다"는 정경숙은 자수자득(自修自得)과 현장실습을 실천한다.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는 졸업생들은 경영을 통해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문화를 계승하는 거리도 만들고 재앙을 극복하는 인재를 배출한다. "젊은 그대들에게 미래를 맡기고 싶다"는 말이 마츠시다 고노스케의 당부다. 그들은 길없는 길을 가면서 사회에 기여한다. 살아생전 설립자 마츠시다는 자기가 생각한 이상이었다고 평가했고 설립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비해 홍준표 시장의 말을 빌리면 한국은 스스로 장돌뱅이들이라 할 수준의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겠다고 확고한 비전과 구상도 없이 국민을 팔며 달려든다. 국정현안 질의를 보면 여나 야나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 보좌진들이 적어준 내용을 이해도 못하고 질의한다. 엉뚱한 소리로 코미디를 연출하며 TV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재미없게 만들어버렸다. 현실의 코미디가 더 웃기니 억지 코미디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국정수행에 필요한 예산은 삭감하면서도 자기들 세비는 대폭 잘도 올린다. 이런 일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의 진보는 자기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의리하나 만큼은 잘 지킨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대부분 자기밖에 모르고 서로 대통령을 하겠다고 설치고 있다. 사람을 체계적으로 키우지 않으니 누가 정치인(statesman)이고 누가 정치꾼(politician)인지 구분이 안 된다.
◆민주주의를 위한 준비와 학습
프랑스 혁명 직후 로베스 피에르는 과격한 정책으로 공포정치를 자행하다가 자기가 휘두르던 단두대에 목이 날아갔다. 지금 정권 다 잡은 듯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면서 탄핵의 칼을 함부로 휘두르는 야당은 프랑스 혁명사를 신중히 들추어 보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점진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혁명은 종종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 그 반대를 초래한다. 지금 거의 무정부 상태이다. 혼란의 지속은 야당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한국 보수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상돈 전 의원이 편찬한 책 〈공부하는 보수〉는 2014년에 출간됐다. 이 전 의원은 이 책에서 '사회통합과 차별해소, 젊은 세대를 키우는 정당개혁, 중산층 강화와 더불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존중하면서 합리적인 정책을 가지고 국민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보수가 한국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대를 통찰하는 공부를 하고 제대로 된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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