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양한 새해의 결심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꾸준히 지켜 목표를 달성해내냐는 것이죠.
매년 다이어리 앞부분만 까맣고, 하다 만 공부거리가 어딘가에 처박혀있고, 연말마다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만 가득한 이들이라면 이번 기사가 눈에 띄일 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의 작심삼일은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주말앤 팀이 새해를 맞아 6개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합니다. 세 명의 기자가 각자 6개월 뒤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과 중간점검,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기사로 기록할 예정입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공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 기자 "카카오톡 이모티콘 입점"
뭐랄까. 운동이나 독서라던지, 좀 흔한 목표는 세우기 싫었다. 내가 6개월 간 뭘 할 수 있을지 나름 심각한 고민을 하던 와중에 문득 머릿속을 스친 그것!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만들어보자.
오래 전에 시도했다가 스케치만 끄적인 채 내버려뒀었다. 급한 일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하고 싶다는 열망도 크게 없다보니 진전이 될 리가 없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 사이트에서 이모티콘 사이즈나 갯수 등 모집요건을 확인했다.
종류는 크게 ▷멈춰있는 이모티콘 ▷움직이는 이모티콘 ▷큰이모티콘 이렇게 세 개로 나뉜다. 가장 기본인 멈춰있는 이모티콘에 도전하기로 했다. 네? 32개나 그려야한다고요? 한숨을 쉬며 스크롤바를 내렸다.
이모티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상세히 소개돼있다. 제안 가이드에 따라 이미지를 제작해 접수하면, 전문 심사단이 2~4주간 공정한 심사를 거친다. 심사 결과 승인이 나면 상품화 작업을 거쳐 마침내 이모티콘샵에 출시된다. 순식간에 이 모든 과정을 머릿속으로 훑고난 뒤, 입꼬리가 올라간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통장에 들어온 수익까지 확인했나보다. 물론 수익을 바라고 이 프로젝트를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하지만 이제 현실이다. 친절하게도 사이트에는 이모티콘 제안 시 팁까지 적어뒀다. 누가 언제 어떻게 쓸 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잘 보여야 하고, 저작권과 윤리적 규정을 지키되 새롭고 개성 있게….
당연한 말은 필요 없어요. 이럴 때 필요한 건? 이모티콘 작가 선배들의 현실적인 팁!
직접 이모티콘을 제안하고 출시까지 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했다는 '둔딘' 작가의 블로그 글이 눈에 들어왔다. 글을 읽는 나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10개, 20개를 등록했는데 전부 미승인돼서 도전 2년 만에 포기했다는 사람이 수없이 많습니다. 최근 경쟁률은 30대 1이 넘어, 전체 제출된 시안 중 약 3%만이 통과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6개월 프로젝트, 가능한 걸까? 일단 아이패드를 켜고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실행했다. 이모티콘의 모델은 반려견 반달곰. '거믕개 반달곰'이라는 이름부터 정해놓고 이런저런 포즈를 그려보는데 쉽지가 않다. 32개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지? 저녁마다 머리 싸매며 애플펜슬을 쥐고 있을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일단 3개월 안에 한 번이라도 접수해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제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됐다. '거믕개 반달곰' 이모티콘 도전기는 3개월 뒤에 다시 돌아옵니다!
◆최 기자 "토익 스피킹 AL 이상"
"운동을 하겠다", "공부를 하겠다", "책을 읽겠다"
새해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중 하나인 '새해 결심 삼 형제'다. 뭐라도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사람들의 신년 계획에 단골로 등장하는 목표들이지만, 연말에 돌아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지킨 게 없다는 점에서 '노답('답이 없다'는 뜻의 신조어) 삼 형제'로 불리기도 한다.
기자는 올해 신년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았다. 그동안 새해만 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는 욕심으로 노트 한 장을 빼곡히 채웠지만, 달성 여부를 알 수 없고 흐지부지된 것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대신 올해는 빈 페이지에 달성하고 싶은 결과물을 먼저 적고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간과 방법을 정리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항상 어학 공부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여행을 가서도 막힘없이 영어로 소통하기 위해 어학 자격증을 이번 장기 프로젝트의 목표로 삼았다. 입사 전 토익 스피킹에서 150점을 받아 아쉽게 레벨 7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는 이전 시험 성적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정했다. 즉, 개정된 등급체계에서는 'AL' 이상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목표를 정했으니 바로 회화 학원부터 등록하러 갔다. 바로 자격증 대비반으로 가기보단, 두 달 간은 재밌게 듣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중구에 위치한 유명 회화 학원을 찾았다. 사실 이곳에서 이전에 상담을 받았던 이력이 있어 바로 반 배정을 받기 위함도 있었다.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방문한 지 10분도 안돼 주말 회화반 등록을 마쳤다.
바로 그 주 주말이었던 지난 4일과 5일, 연달아 첫 수업에 참여했다. 휴일 오전부터 이불 밖을 나서는 게 쉽진 않았지만, 막상 강의실에 도착하니 새해부터 각자의 목적을 위해 모여있는 20명 남짓한 사람들을 통해 큰 동기 부여를 받았다. 한국어처럼 영어 표현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기존 수강생들과, 한국어도 제대로 안 떠오르는 나를 비교하며 잠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모든 언어는 자신감이라는 말을 따라 열심히 뱉고 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선 어릴 때 풀던 학습지로 언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도 여럿 보인다. 학습지 대표주자 교원의 '구몬'과 대교의 '눈높이'는 모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한자·일본어 등 외국어 학습지를 운영하고 있다. 원할 땐 학습 진도를 점검해주는 방문 학습도 주 1회 진행한다. 적당한 강제성을 지니고, 원하는 시간대에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자기 계발 도구로 선택 받은 것. 기자도 영어 자격증 목표를 예상보다 일찍 달성할 경우, 남은 기간 동안 일본어 학습지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신년 목표를 공개적으로 박제해 엄청난 강제성이 부여된 셈이니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해나가 보겠다.
◆한 기자 "일단 저축, 저축, 저축"
새해 목표를 정하고 이루는 내용으로 기사를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내 머리를 스친 것. 그것은 바로 '저축'이었다.
저축은 '다이어트' 만큼이나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저축을 해보기로 했지만 통장이 '텅장'이 돼버린 2024년 한 해가 그 증거다.
저축의 목적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벌써부터 다 한다는 '내 집 마련'이다. 투자 등 자산 증식은 저축 다음 단계로 두자.
목적까지 설정했으니 이제 실천이다. 저축의 시작은 소비 습관을 완전히 뜯어 고치는 일이다. 다이어트의 원리와 똑같다. 다이어트가 단순히 살을 빼는 일이 아니라 식습관을 건강히 만드는 일인 것처럼 건강한 소비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다이어트의 절대불변 법칙이 있는 것처럼 돈도 많이 벌고 적게 써야 모일 것이다. 근데 일단 적게 쓰기로 한다. 음식은 마음껏 많이 먹을 수 있지만 돈은 마음껏 많이 벌 수 없다. 월급쟁이의 이 애석함이란….
습관을 뜯어 고치려면 내가 지금껏 어떤 식으로 소비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먼저! 체크카드를 이용하지만 가끔 당장 필요는 없지만 그저 가지고 싶은 것을 살 때 등 무분별한 소비에 신용카드를 써왔다. 주로 옷을 샀고 택시비로 썼다.
소비를 무분별하게 만드는 신용카드가 저축 방해의 주범이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2주를 살아봤다. 하지만 한 번 늘어난 소비액을 단번에 끊기는 쉽지 않았다.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예컨대 신용카드로 30만원을 썼으면 다음에는 20만원, 그 다음에는 10만원, 이런 식으로 줄여 나가는 거다.
신용카드를 없앴으니 인터넷 쇼핑도, 택시비도 줄이기로 했다. 시도때도 없이 들어가던 쇼핑앱부터 지웠다. 그럼에도 검색 엔진을 통해 쇼핑몰에 들어가는 이 농약 같은 습관. 탈출구는 장바구니다. 너무 사고싶은 것이 생기면 장바구니에 최소 일주일 이상 넣어둔다. 일주일 뒤에는 별로 안 사고 싶어진다. 택시도 끊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출에 의식하며 2주를 살아보니 지출 내역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기 가계부를 작성하기로 마음 먹고 간단한 노트를 하나 구매했다. 가계부를 쓸 나만의 방법을 정해야 한다.
"'연저펀' 있어요? 그게 저축의 기본 중 기본이에요." 만나는 사람마다 저축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한 직장 동료가 내게 말을 건넸다. 연저펀이 뭔가 했더니 연금저축펀드의 준말이다. 아, 저축의 세계는 끝이 없는 것이로구나. 가계부 작성과 연금저축펀드 가입까지, 저축 프로젝트 가동기는 3개월 후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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