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내 금융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정책들이 현실화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자극이 더해지면서 고금리, 고환율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여파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인플레→기준금리 동결기 돌입
옥영경 DGB금융지주 ESG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대구 북구 iM뱅크 제2본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 주요 공약인 보편 관세, 확장 재정, 이민 제한 정책은 공통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고관세 부과 등 정책 시행을 발표한 후에 실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 3분기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1분기 정도면 그 영향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옥 연구위원은 이 같은 공약 시행으로 인플레이션 추세가 나타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주저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는 2차례, 인하 폭은 0.50~0.75%포인트(p)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시작한 금리인하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1분기에 0.25~0.50%p, 2분기에 0.25%p 정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옥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금리인하, 달러 약세를 지향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정책 방향이 그렇게 흘러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금리 결정권 개입 영향에 관해서는 "그동안 연준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정치적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이전보다 불확실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부터 1, 2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며, 하반기 연준이 금리인하를 멈출 경우 한은도 금리 동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옥 연구위원은 "금리를 연속으로 내리는 건 드문 경우"라면서 "올해 경기가 안 좋으면 금리를 내린다고 했으니 추가 인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국내 금리 수준은 한은이 경기와 환율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1,440원선 등락·증시는 상저하고
연준의 금리인하가 지연되면 달러 강세가 길어지고, 자연히 원화 약세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은 1,440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440~1,450원대 수준이다. DGB금융 ESG전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이 결정된 당시 환율 수준을 1,400원대 초반으로 예상했다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전망치를 상향했다.
옥 연구위원은 "글로벌 달러 강세도 있지만, 정치 리스크도 환율 수준에 크게 반영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기는 힘들다고 판단되며 1,440원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시장의 경우 올해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는 당분간 부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성장세를 견인해 온 반도체업 부진과 미국 통상정책 등에 의한 수출업 타격 등이 예상되는 탓이다.
코스피 하단은 2,300, 상단은 2,700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미 시장에 '트럼프 리스크'와 '정치 리스크' 등에 의한 프라이싱(가격 반영)이 충분히 이뤄진 만큼 하반기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고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상저하고' 흐름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증시가 반등하려면 가능한 한 빠르게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옥 연구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모두가 꼭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초반 증시 상승세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영향이 컸다"며 "밸류업 프로그램과 세제 지원, 상법 개정 등의 시행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증시가 등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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