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엄중해진 가운데 '군 공항 이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보다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보와 직결된 TK신공항에 대한 국가 역할과 책임이 부각되면서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재정적 책임을 강화해 정부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구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국방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신공항 건설사업 추진을 위해선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 공항 이전의 '선구모델'
TK신공항 건설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 동·북구 지역 주민들이 대구공군기지(K-2)로 인한 소음과 개발제한 등의 피해를 참다못해 'K2 이전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4년 이전건의서 국방부 제출, 2020년 '군위 소보・의성 비안' 이전부지 최종 선정 등 민·군공항 통합이전은 20여년을 거쳐온 최대 숙원 사업이다.
국내 민·군 겸용공항은 대구, 광주, 청주 등 모두 8곳이다. 이 중 대구시는 TK신공항 건설사업을 통해 가장 앞서 민·군공항 통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K-2는 공군 주력부대인 '제11전투비행단'을 비롯해 공군 군수사령부, 공중전투사령부, 미 공군이 주둔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군 공항 중 하나로,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K'가 주둔하는 기지다.
하지만 대구 도심에 위치해 작전 수행에 여러 제약을 안고 있어 군사적 측면에서도 군 공항 이전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주무부처인 국방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TK신공항 건설이 국내 군 공항 이전사업의 선구모델이자 협력모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TK신공항이 최초의 민·군공항 이전인 만큼 전국 지자체의 중요한 선례이자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이전 및 지원 대상인 군 공항은 전술항공작전기지 16곳이 해당된다. 이 중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대구(K-2), 광주(K-57), 수원(K-13) 등 3곳이다.
현재 대구시는 군 공항 이전사업의 선두주자로서 국방부의 사업계획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방부의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지면 군 공항 이전사업이 공식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안보 유사 시 '하늘길' 대체
정치권은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책임 있는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갑)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안보시설인 군 공항은 지방시설이 아닌 국가시설"이라며 "기부 대 양여 방식에 의한다고 해서 지자체가 군공항 건설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사업을 추진하라는 것은 국가의 갑질 중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은 지난해 11월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에서 "TK신공항과 같은 군 공항 이전사업은 도심의 노후 공군기지를 비행훈련이나 작전 수행에 적합한 최첨단 시설로 새롭게 이전·조성하는 국가 안보사업"이라며 "당연히 국가 책임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자체가 전담해 추진하는 현행 제도로는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심각한 재정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가 안보시설의 이전 지연으로 이어져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안보 유사 시 수도권 공항을 대체할 수 있도록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동시에 갖춘 TK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한 안보시설이라 제언한다. 유사 상황 발생 시 국가 물류와 여객이 마비되지 않도록 인천국제공항 역할과 기능을 대체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수도권 공항 운항이 차질을 빚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병)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지난해 6~10월 인천국제공항은 17차례, 김포국제공항은 3차례에 걸쳐 활주로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항공기 172대의 이·착륙이 지연됐다.
2022년 12월에는 북한 무인기가 이틀 연속 수도권 상공을 침범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항공기 이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무인기 하나에 인천공항·김포공항 항공기 이륙이 48분간 정지됐다고 한다"면서 "만약 전시라면 30분 만에 북의 장사정포로 공항은 쑥대밭으로 변해 대한민국 하늘길은 봉쇄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파급 효과 기대
2016년 국방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군 공항 이전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용역'에 따르면 군 공항 이전을 통해 대구, 광주, 수원 각 지역에는 연간 8천억~1조2천1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장은 "인천공항은 안보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어 유사 시에도 안정적인 국제공항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선 내륙형 국제관문 공항인 TK신공항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책사업으로서 중요한 성격을 보유한 TK신공항은 국가의 책임 있는 역할과 지원을 통해 조속한 건설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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