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국내 최초로 부산 벡스코에서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개최됐다. 12월 1일까지 나흘간 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도서전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동시에 16개국 총 193개(국내 136개, 해외 57개)의 아동 출판사들이 참여하면서 한국 어린이책 분야의 성장세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2020년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스웨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알마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와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참가도 화제가 됐다.
흥행에 관한 평가 이외에도 이번 도서전의 후기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 축제'였다는 점에선 세계 최대 규모 아동 문학 박람회인 '볼로냐 아동 도서전'(이탈리아)을 앞서갔다는 평가다. 오직 어린이 독자들만을 위한 북토크를 비롯한 여러 참여 프로그램부터 아이들이 현장에서 직접 책을 만져보고 고를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그러한 예다. 동시에 가족도 작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처럼 아동 문학에 대한 관심은 뚜렷하게 높아지는데, 정작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집이 아닌 밖에서 편하게 그림책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가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동네에 책방이 없다고 해서 사는데 큰 지장은 없겠지만, 책방이 있음으로 누군가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변화시켜줄 수 있다. 이것이 동네에 책방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6년째 그림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책방지기의 이야기다. 동시에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승진을 앞두고 커리어를 쌓아가던 저자가 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녀의 세 살배기 아들의 말이었다. 주말 근무를 위해 아이의 손길을 뿌리치고 돌아온 어느 날, "엄마 싫어, 엄마 가버려!" 아이의 한 마디를 계기로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길은 바로 그림책방이었다.
저자의 책방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근근넝넝'이다. 처음 책방이 자리잡은 곳은 난개발로 빌라와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서다 보니 정작 인도가 없어 차 없이 이동하기 어려운 동네였다. 문화센터라도 가려면 다른 지역까지 가야만 했기에 아이를 키우기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동네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곳을 어느 곳보다 책방이 필요한 동네라고 보았다.
저자 또한 맨땅에 헤딩 격으로 책방을 시작했기에,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동네 책방을 운영하며 그녀가 겪은 시행착오와 그럼에도 그 속에서 발견한 작지만 소중한 기쁨들을 담고 있다. 대형 서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린이 손님들을 위해 입고된 책들의 대부분 '샘플북'을 두어 차별화하고, SNS에 매일 그림책 추천글을 올리는 모습에서 그녀가 이 책방에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책방지기의 '인생의 등대' 같은 그림책들을 비롯해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추천해주는 그림책 목록도 인상적이다. '새로운 시도가 두려운 당신을 위한',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당신을 위한', '매일 고군분투하는 세상 모든 엄마를 위한', '함께하는 행복을 느끼고 싶은 당신을 위한' 그림책 추천 등 테마별로 나눠 독자들을 그림책의 세계로 안내한다.
엄마이자 아내, 딸이자 사장님…. 저자의 이름 앞에는 수많은 역할들이 부여된다. 그녀와 같은 성별을 지녔다는 공통점밖에 없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경력 단절에 관해 훗날 기자에게도 찾아올 고민들이라는 생각에 남일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방지기라는 새로운 페이지를 연 저자에게서 우리 모두에게도 아직 열리지 않은 인생의 챕터를 기대해본다. 인생의 불확실성을 딛고 용기 있게 도전해낸 한 여성의 여정에 기사로나마 응원을 전한다. 30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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