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과 북동산지를 중심으로 지난달 13일 발령된 건조주의보가 1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차고 건조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불 발생' 위험 또한 매우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울릉을 제외한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경북 동해안 4개 시‧군의 지난달 강수량은 17.3㎜에 불과하다. 이는 평년 강수량(108㎜)의 16% 수준이다. 겨울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올 들어 도내 시‧군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엔 의성군 안계면 안정리 해망산에서 약 6시간의 시차를 두고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방화와 실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영천시 화남면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강한 바람을 타고 산불로 번졌다가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새해 첫날인 1일에도 안동시 남후면과 성주군 가천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 발생 잦은 경북‧‧‧대형 산불 위험 높아
경북에서는 2022년 이후 최근 3년간 총 218건의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2만5천200여개에 달하는 산림 1만7천994㏊가 소실됐다.
산림 소실은 역대 최장산불로 기록된 울진 산불(공식 피해면적 1만4천140㏊)이 발생했던 2022년에 집중됐다. 울진 산불 이후 경북도와 각 시‧군 등의 산불 방지 노력 덕분에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76건(583.81㏊), 32건(12.23㏊)으로 산불 발생건수와 피해면적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예고 없는 산불'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경북은 전체 면적의 약 70%가 산림인 특성상 대형 산불 발생 위험 또한 매우 높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적으로 연평균 545.5건의 산불이 발생해 4천2㏊의 산림이 소실됐는데, 경북의 경우에는 연평균 85.8건의 산불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많은 산림 2천106㏊이 소실됐을 정도로 대형 산불이 빈번했다.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18건이다. 이 가운데 44건(20.2%)이 2월에 발생했고, 3월(36건, 16.5%), 1월(34건, 15.6%), 4월(33건, 15.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매년 1~4월에 전체 산불의 65% 이상이 발생한 것이다.
110건의 산불이 발생했던 2020년 당시에는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연간 전체 산불 발생의 81.8%(90건)가 집중됐다.
축구장 1만9천800여개를 태운 울진 산불은 2022년 3월 3일 발생해 열흘 만에 진화됐다. 또 같은 해 2월 15일과 28일 각각 영덕과 고령에서 산불이 발생해 400㏊, 675㏊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3월초까지 도내 곳곳에서 5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랐다.
◆산불 진화도 이젠 최첨단 장비로
겨울철부터 연속되는 가뭄과 동해안 지역 특유의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인해 산불이 잇따르면서 각 지자체와 산림청은 산불 진화를 위한 장비 보강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경북도는 국비와 각 시·군 예산 등을 포함해 총 643억8천100만원의 산불예방‧진화 예산을 편성했다.
산불 진화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진화헬기는 임차헬기 19대 포함해 총 34대가 운용되고 있으며, 산불전문 예방진화대와 산불 감시원 등 총 3천692명이 물샐 틈 없는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울진 산불 이후 대형 산불 대응을 위한 산불특수대응단도 2023년 신설했다.
지난해엔 각 시·군별 산불감시 카메라와 경북도 산불상황실을 연계한 ICT 플랫폼도 구축했다. 도내 186개 산불감시 카메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4시간 산불을 감시한다. 헬기·카메라 영상 등도 함께 활용해 산불을 관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는 올해 구미·고령에 산불대응센터 2곳을 신설하는 등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불은 한번 발생할 경우 재산·산림·인명 피해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며 "해빙기 입산 시에는 라이터 등 인화물질 소지를 삼가하고 산림지 주변에선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 등의 행위는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최첨단 장비보다 중요한 건 임도(林道)
임산물 생산·운반 등을 위해 국내에서 1968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임도는 산불 진화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산불 특성상 야간에는 조종사 시야 제한 등 이유로 진화헬기 투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도가 설치돼 있으면 진화인력‧장비의 이동과 접근이 훨씬 더 용이하다.
산림청은 2020년부터 3년간 10억원을 들여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권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길이 40㎞ 규모의 임도를 조성했다. 이곳에 조성된 임도는 폭이 5m 정도로, 진화차량 2대가 충분히 교차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효율성이 높다.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강풍을 타고 불길이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금강송 군락지) 약 500m 앞까지 접근했을 때, 산불진화대는 금강송 군락지를 등진 채 진화작업을 벌였다. 금강송 군락지에는 수령 200년이 넘는 소나무 8만5천여 그루가 있다.
산림당국은 평소에도 소광리 인근 임도에 인력·장비 등을 투입하고 산불에 대응해 왔다. 특히, 임도 내 6천ℓ 용량의 취수장이 설치돼 있어 자체 소방용수 공급도 가능했다. 결국 소광리 권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전체 3천705㏊ 중 6%에 불과한 225㏊만 소실됐다.
반면, 소광리와 인접한 응봉산 권역의 경우에는 험한 산세로 인해 접근에 어려움을 겪으며 전체 3천130㏊ 가운데 산림 2천646㏊(85%)가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청은 2019년 강원도 동해안 대형 산불 이후 국유림을 중심으로 산불 예방을 위해 임도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산불진화임도 3천332㎞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경북에선 2022년 이후 최근 3년간 임도 총 189.8㎞가 조성됐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임도는 총 2천876.94㎞다. 도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693㎞ 임도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임도 설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산주(山主)의 동의다.
지난해 기준 도내에는 33만1천여명의 산주가 산림 91만700여㏊를 소유하고 있다. 도내 산주 가운데 80% 이상은 보유 산림이 3㏊미만 수준이다.
관련법은 임도 설치를 위해선 산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상 등을 이유로 산주들이 임도설치를 반대하더라도 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도내 전체 산림 129만㏊ 가운데 사유림 비중은 약 70%(91만㏊)에 달한다"며 "산불 진화에 있어 임도는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산주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임도를 추가로 확보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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