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의 '집착'…"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는 美 패권 과시"

트럼프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 원해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 높아, 강대국이 관리해야
"파나마 운하는 사실상 중국 영향력 아래 있어"

도널트 트럼프 주니어가 탄 전용기가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트 트럼프 주니어가 탄 전용기가 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수도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에 전 세계를 향해 무소불위의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깎아내리며 모욕을 주더니,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확보를 위한 무력 사용 의지까지 밝히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세계 패권국가가 아니라 '깡패국가'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향후 미국의 미래를 위해 자국 이익 우선의 강압적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린란드 "알래스카보다 전략적 가치 높아"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배경에는 알래스카보다 더 높은 전략적 가치가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는 첫 대통령 임기 때인 2019년 그린란드 섬을 매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덴마크 대사 발탁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까지 '관광' 목적을 내세워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하자, 그린란드 현지에서는 트럼프의 진짜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북극 지역에서 해운, 에너지, 천연자원, 군사 차원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300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던 그린란드는 1953년 덴마크에 공식 편입돼 2009년부터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덴마크와 언어도 문화도 인종도 다른 그린란드 내부에는 독립을 열망하는 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참에 초강대국인 미국과 손을 잡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린란드는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파나마 운하 양끝 항만. 연합뉴스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파나마 운하 양끝 항만. 연합뉴스

◆파나마 운하 반환은 중국 견제 차원

파나마 운하 반환을 거듭해 거론하는 데는 미국이 앞마당으로 여기는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파나마 운하는 중국이 아닌 파나마 정부 기관이 운영한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에는 중국을 포함해 그 어떤 외국 병력도 주둔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그는 통과 선박이나 방문자 센터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운하에 중국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파나마 운하를 포함해 전 세계 운송 및 항만에 미치는 중국 기업과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 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미 당국자들의 우려는 파나마 운하 양 끝에 위치한 두 개의 항만에 집중돼 있다. 이 항만은 수십 년간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영해왔다.

CK 허치슨은 홍콩 억만장자 가문이 대주주인 상장기업으로, 중국 정부 소유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국가안보법을 홍콩까지 확대 적용하고, 최근에는 공급망을 무기화할 의지를 보이는 등 안심할 수 없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했지만, 기본적으로 친미 성향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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