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신고에 사라지는 붕어빵 노점…시민들은 "아쉬워"

지난해 대구 불법 노점 관련 민원 489건…식품위생법에 따라 노점상은 위법
노점상들, "민원 피해 자리 옮기거나 저녁마다 노점 접어서 집으로 가져가"
노점 영업 승인하는 거리가게 허가제?…대구는 수성구뿐

지난 7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노점에서 시민이 붕어빵을 사고 있다. 윤수진 기자
지난 7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노점에서 시민이 붕어빵을 사고 있다. 윤수진 기자

겨울철 국민 간식으로 꼽히는 '붕어빵'이 작년부터 빠르게 길거리에서 사라지는 모양새다. 불법 노점 형태로 제조‧판매돼 단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각에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영업을 합법화하는 노점 허가제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8일 오후 5시쯤. 붕어빵 가게의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이른바 '붕세권 어플'을 이용해 대구 북구 산격동과 복현동 일대 붕어빵 가게를 찾아다녀봤다.

이날 앱에 표시된 4곳 중 3곳은 장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동네에서 붕어빵 장사를 10년째 하고 있다는 A(75) 씨의 가게만 유일하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A씨는 불법 노점 신고로 가게 위치를 옮기는 일이 적잖다고 털어놨다.

앱에 표시되지 않은 곳에 노점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워낙 노점 위치를 옮기는 일이 잦아서다.

산격동에서 만난 또 다른 붕어빵 노점 주인 B(35)씨는 지난해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 붕어빵 장사를 처음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영업하는 가게 앞에 노점을 차려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누가 언제 신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남아있다고 했다.

B씨는 "보통 붕어빵 노점 인근에 빵 가게가 있으면 그 주인이 민원을 넣는 식"이라며 "요즘은 여기저기서 신고가 자주 접수되다 보니, 붕어빵 장사를 하는 주위의 다른 할머니들은 신고를 피하려고 저녁마다 노점을 접어서 집에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9개 구‧군에 따르면 지난해 각 구청 위생과에 접수된 '무신고 불법노점' 관련 민원은 모두 489건이다. 구‧군별로는 ▷북구 173건 ▷동구 82건 ▷달서구 72건 ▷남구 48건 ▷수성구 47건 ▷중구 33건 ▷달성군 20건 ▷서구 13건 ▷군위군 1건 등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제조업 시설 기준이 명시돼 있는데, 노점은 애초에 이 기준을 만족할 수 없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등에 따라 식품제조‧가공업 등은 식품의 제조시설과 원료 및 제품 보관시설 등이 설비된 '건축물'에서 해야 해서다.

일부 시민들은 불법 노점으로 단속 대상인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사라져가는 붕어빵 노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복현동 한 노점에서 팥 붕어빵 2천원어치를 구매한 박모(71) 씨는 "천원짜리를 모아뒀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은 사러 온다. 여기 닫으면 복현오거리까지 가서라도 산다"며 "붕어빵은 옛 추억이자 겨울의 낙인데, 이런 가게가 예전보다 많이 없어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점허가제 도입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는 전국 특별‧광역시 중 최초로 2019년부터 '거리가게 허가제'를 시행해 일정 요건을 갖춘 노점에 정식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고 점용료를 받고 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지난 2016년 지역 최초로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구 한 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고 번화한 지역에 노점상이 많다"며 "위생과의 기본 방침은 건전영업 질서 정착과 부정불량 식품 근절 유도이기 때문에 현행법 상으로는 계도, 고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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