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예고 없이 발생하며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하고 대처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겨울철은 특히 건조한 환경과 난방 기기 사용 증가로 화재 위험이 급격히 상승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위협이 언제나 따르는 시기다.
화재 초기 단계에서 빠른 대응은 피해 최소화의 핵심이며, 소방차 출동로 확보는 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출동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작은 화재조차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구는 오래된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이 많아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지어진 대구 지역의 건축물은 높은 건폐율(토지 면적 대비 건축물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당시 도시화 과정에서 효율성을 중시한 결과, 건폐율이 높고 골목길은 비좁게 설계됐다. 이러한 환경은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유발했으며, 오늘날까지 불법 주정차가 만연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좁은 골목과 불법 주정차는 특히 화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소방차의 접근을 가로막아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제천 화재를 들 수 있다. 불법 주정차가 심각했던 당시 화재 현장은 소방차가 제때 접근하지 못해 2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낳았다. 소방 당국은 주기적인 단속과 훈련을 통해 소방차 출동로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단속은 일시적 효과에 그치기 쉽다. 단속 당시에는 문제가 해결되지만 이후 주민들이 단속 전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 빈번하다. 주민 생활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학교 운동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학교 운동장은 낮에는 학생들의 체육 활동 공간으로 활용되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비어 있는 유휴 공간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늦은 밤이 되면 고요하고 스산한 운동장은 범죄 우려까지 더해지며 지역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1960~1990년대의 개발 특성상 건물 밀집 지역에는 놀랍게도 학교 건물과 운동장이 위치한 경우가 많다. 이들 운동장을 공공주차장 및 근린생활시설로 개발하면 좁은 골목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소방차 출동로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주민 왕래가 늘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범죄 예방까지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이렇게 활용된 공유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학교의 발전 및 교육 환경 개선에 재투자될 수 있다. 개선된 교육 환경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고, 지역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런 방안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적인 노력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의식 변화가 수반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 및 소방차 출동로 확보는 단순히 차량 통행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소방차 출동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안전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옛 건축물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 대책과 주민들의 동참으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작지만 지속적인 실천이 더 튼튼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형성하고, 재난 앞에서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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