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강추위에 '은박지' 몸 두르고…尹지지자들, 관저 앞 밤샘 지켰다

공수처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임박 전망…탄핵 반대 집회자들 규탄 분위기 고조

10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북한남삼거리 보도육교 아래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지수 기자
10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북한남삼거리 보도육교 아래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지수 기자
10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북한남삼거리 보도육교 아래에 집회 참가자들이 밤을 새우며 먹은 간편식 용기들이 쌓여 있다. 김지수 기자
10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북한남삼거리 보도육교 아래에 집회 참가자들이 밤을 새우며 먹은 간편식 용기들이 쌓여 있다. 김지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체포를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 속에서도 대통령 관저 앞 탄핵 찬반 집회 열기는 고조됐다.

2차 체포 영장 발행 사흘 만인 10일, 오전 8시 30분 용산구 한남대로 북한남삼거리 보도 육교 아래에는 전날 밤 이곳에서 밤을 새운 대통령 지지자들이 방한 용품으로 몸을 중무장 한 채 손팻말을 들고 아침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육교 아래에 쌓인 종이박스와 대형 쓰레기봉투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밤새 요기를 하는데 쓰인 스티로폼 용기, 종이컵, 컵라면과 컵밥 용기, 음식물 쓰레기 등이 쌓여 있었다.

약 100명 가까이 모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컵라면, 커피, 핫팩 등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보였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밤새 핫팩을 나눠주는 봉사를 한 최명숙(64) 씨는 "밤을 새 자리를 지킨 모습을 다른 지지자들과 셀카로 찍고, 서로 나눠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 나 홀로 밤을 샌 게 아니라 함께 자리를 지켰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최명숙(64)씨가 밤을 샌 이후 찍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최명숙(64)씨가 밤을 샌 이후 찍은 '인증 셀카'를 보여주고 있다. 정두나 기자
참석자 중 일부는 쓰레기 청소나 음식 나눔 봉사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정두나 기자
참석자 중 일부는 쓰레기 청소나 음식 나눔 봉사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정두나 기자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인 서형숙(66)씨 직접 만든 손팻말. 정두나 기자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인 서형숙(66)씨 직접 만든 손팻말. 정두나 기자

직접 만든 'STOP THE STEAL'이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탄핵 무효'를 외치던 서형숙(66) 씨는 "지난 3일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찬반 양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아수라장이 벌어지는 장면을 직접 봤다.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수 있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미래 세대에게 평화로운 일상을 물려주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체포 영장 집행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간이 의자와 담요, 방한용품으로 몸을 감싼 채 '탄핵무효'라는 구호를 거듭 외쳤다. 또 '4.10 부정선거 사형',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 미국국기를 흔들었다.

도롯가에 세워진 대형버스에는 '난방버스'라는 알림이 붙어있었고 버스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쪽잠을 자는 지지자도 있었다. 이들은 나라를 살리려는 애국심에서 이른 아침부터 현장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관저 앞으로 와, 지난 7일 밤부터 사흘 연속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는 조재승(69) 씨는 "지난달 초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해제한 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거 비상계엄을 경험해본 세대로서, 과거 비상계엄 선포 당시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며 "법과 원칙에 따르지 않고 탄핵소추안의 발의하는 등 법에 저촉되는 일련의 사태를 목도하고선 과거와는 달라진 정국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씨는 "가족과 자식들이 있는데, 미래세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현장에 있겠다고 가족들에게 선포하고선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50대 초반 안모 씨는 "독감에 걸린 이틀 정도를 제외하곤 지난달 31일부터 8일 간 현장에 매일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입법독재로 추진된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며 "정부 관료와 검사 등을 대상으로 수십번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국정방해, 대선 불복 행위이며 수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폭거"이라고 했다.

그는 수일 간 매일같이 현장에 나오면서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됐다고 전했다. 안씨는 "최근 들어서는 젊은 지지자들이 현장에 많이 오는 걸 보고 나와 생각이 비슷한 젊은이들이 많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뿌듯함도 느꼈다"고 했다.

곽호영(72) 씨 역시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곽씨는 "저녁에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데, 이들이 무대에 올라가 탄핵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외친다"며 "노인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또렷하게 얘기하니 참석자들의 호응이 크다. 이전에는 탄핵 찬성 측이 사람이 더 많았는데, 젊은층 덕분에 탄핵 반대 세력도 점점 더 결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홀로 집회에 나와있다는 김성현(29) 씨는 이번이 벌써 세번째 집회 참석이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참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곳에 나오지 못할 때도 마음으로 응원을 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옳은 일을 하시느라 너무 고생하는 가운데, 젊은 사람이 나와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지자 집회 장소로부터 약 150m 쯤 두 블럭 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도 이어졌다.

탄핵 찬성 측 역시 수일 간 밤을 샌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비교적 적은 인원인 2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기도 평택에서 왔다는 오모(52) 씨는 "체포영장 집행을 해야 할텐데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 현장에 나와보게 됐다. 오늘도 집행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불안하다"며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이 많이 모인 가운데, 집행을 할 때 한 명이라도 더 체포영장 집행을 응원한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올라왔다는 장일호(26) 씨는 역시 탄핵 찬성 집회에 힘을 보태고 싶어 어젯밤 현장에 도착했다. 장씨는 "이전에는 유튜브로 시위 현장을 보고만 있었는데, 나라를 걱정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3시간이나 걸려 현장에 나왔다"며 "대통령을 택한 사람은 국민이다. 그 국민이 내려오라고 했다면, 응당 대통령 자리를 포기해야 하는데 대체 왜 관저에서 나오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을 우려하며 현장 상황을 살폈고, 경호처는 현재 관저 진입로에 버스와 일부 철조망을 두르는 등 삼엄한 경비 태세를 갖추며 진입을 통제했다.

10일 9시 20분쯤 찾은
10일 9시 20분쯤 찾은 '윤석열 즉각 체포' 관저 앞 매일 집회 현장. 약 20명의 집회 참석자들이 천막과 밖을 오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두나 기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