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최경철] 얕보고, 깔보고…나라 주인이 우습나

편집국 부국장 겸 동부지역 취재본부장
편집국 부국장 겸 동부지역 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 막바지,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 레이스가 시동을 걸 무렵인 2021년 3월, 기자는 여당 더불어민주당 대선 잠룡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터뷰를 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안동 예안초교 졸업 직후 고향을 떠나 경기도 성남으로 이주, 소년공으로 일하며 검정고시로 대학에 가고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입지전적 스토리를 그는 들려줬다. 어린 나이에 공장에 일하러 다니면서도 신세 한탄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강심장 보유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서울대를 갈 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장학금을 주는 중앙대를 선택했고 입학 때 사법시험이 뭔지도 몰랐으나 "시험은 뭐든 자신 있다"며 사시에 도전, 졸업하던 해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도의 메이저 일간지인 경인일보에 그의 이야기가 실리기도 했다.

그가 직접 얘기한 것처럼 '시험 도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치에서도 도사처럼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시험 도사'의 정치적 운명은 고비마다 발목이 잡혔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바람이 일어났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대장동 폭풍'은 이 대표의 도덕적 기반이 흔들리는 계기를 만들었고, 0선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12·3 계엄사태 이후에는 "다음은 무조건 이재명"이라는 대세론이 확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內亂罪)를 철회하자 "내란죄를 빼고 탄핵 심판을 최대한 당겨 이 대표 재판의 최종심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시도"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 대표를 비롯해 법의 맹점을 잘 아는 민주당 사람들의 꼼수 부리기라는 의심이었다.

영리하고 명석한 우리 국민들은 이를 놓치지 않으면서 그 진상을 파고들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는, 민의(民意)의 선택을 뒤바꾸게 되는, 엄중하기 그지없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란을 뺀다면 짜장 없는 짜장면이, 갈비 없는 갈비탕이, 김치 없는 김치찌개가 된다는 사실을 똑똑한 우리 국민들은 이내 알아차렸다.

그러면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놀랄 만한 반전 수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계엄 사태 직후 급락했던 윤 대통령과 여당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급등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뚝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국민을 얕보고, 깔보고, 알량한 법 지식으로 대통령 탄핵을 자의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채찍을 든 것으로 읽어낼 수밖에 없다.

민심은 무섭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수사, 그리고 향후 이뤄질 수도 있는 형사 재판은 절차적 하자(瑕疵)를 전면 배제(排除)하는 극한(極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당마저 등을 지고 돌아섰던 기울어진 여론 환경이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재판 때는 국민들이 모르고 넘어간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학습이 완벽하다. 내란을 제외시킨 심리가 현실화되는 등 털끝만큼이라도 오류가 보인다면 헌법재판소부터 감당 못 할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법적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도 절차적 하자 논란에 이미 빠져들었다. 강제수사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 '시험 도사' '법률 도사'들은 선거 때만 머슴인 척, 이후에는 주인 노릇을 해 왔다.

그러나 이 나라 주인은 머슴의 계약(契約) 위반을 끈질기게 쫓아왔고 천둥 같은 목소리로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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