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최초의 법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창시자 수메르의 라가시 왕국(이라크 텔로, 유프라테스 강변) 우르카기나 왕이 B.C2351년~B.C2342년 사이 만든 개혁 법안이다. 단군 할아버지보다 더 오래된 법치 전통에 새삼 놀란다. 현재 대한민국에 법치가 작동하는가? 진정한 법의 정신이 무엇인지 되새기며 인류사 명 재판, '솔로몬의 판결'에 얽힌 역사 예술 속으로 들어간다.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마리차 강에서 듣는 샹송 '시바의 여왕'
불가리아 제2 도시 플로브디프로 가보자. 인구 35만명으로 아담하지만, 로마극장이 남아 있을 만큼 유서 깊은 역사 도시다. 시가지 가운데 개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강이 흐른다. '마리차(Maritza)'. 7,80년대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샹송 '라 마리차강의 추억'의 바로 그 강이다. 올해 여든 살의 실비 바르탕은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 소녀 시절 공산주의 체제 아래 고향 플로브디프에서 살았다.
그 때 마리차강을 회상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마리차강은 튀르키예, 그리스를 거쳐 지중해로 흘러든다. 지중해 동쪽 이스라엘 예루살렘에도 샹송이 들렸을까? 실비 바르탕이 '라 마리차강의 추억'을 내놓기 1년 전 1967년 불러 인기를 모은 곡이 '시바의 여왕(La Reine de Saba)'이다. 이스라엘 왕국 예루살렘에서 솔로몬왕과 만났다는 시바의 여왕.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나는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가보자. 거리의 흙벽돌 집 입구에서 커피를 볶는 여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내 중심가 에티오피아 고고학 박물관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유아 화석, 320만 년 된 3살짜리 '셀람' 화석을 전시중이다. 직립보행을 하면서도 나무를 잘 타던 '셀람' 화석을 보고 2층으로 올라간다. 좀 투박해 보이는 그림 한 점에 눈이 번쩍 뜨인다.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의 만남'. 17세기 그림이라는 설명 외에 다른 정보가 없어 아쉽지만, 분명한 것은 박물관 측이 이 그림을 아주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구약성경, 코란, 에티오피아 정교 전승의 시바의 여왕과 솔로몬
먼저, 시바의 여왕이 등장하는 구약성경 열왕기 상 10장 1-13절을 보자. 여왕은 솔로몬의 지혜와 부에 대한 소문을 듣고 고국 시바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찾아간다. 여왕은 화려한 궁전과 성전은 물론 솔로몬의 지혜에 감탄한다. 향료를 포함해 진귀한 선물을 바치고, 답례품도 후하게 받는다. 솔로몬은 여왕 일행이 시바 왕국으로 무사히 돌아가도록 도와준다.
이슬람교 경전 코란의 수라 27장 20-44절에도 시바 여왕은 '빌키스(Bilkis)'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시바 여왕이 태양신 숭배에서 유일신 신앙으로 개종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기독교 일파인 에티오피아 정교회가 14세기 기록한 문헌 「케브라 나가스트(Kebra Nagast)」에는 드라마틱한 내용이 실린다.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과 동침한 뒤, 임신해서 귀국했다는 것이다. 그 나라는 어디?
◆이스라엘, 에티오피아 출신 흑인 유대인 '팔라샤' 인정
시바가 낳은 아들이 에티오피아 메넬리크 1세이고, 아버지 솔로몬이 준 야훼의 언약궤(십계명)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현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에티오피아 출신 흑인들 가운데 심사를 거쳐 유대인으로 인정하고 귀화를 허용한다.
흑인 유대인, 팔라샤(Fallash) 혹은 베타 이스라엘(Beta Israel)이라 부른다. 1984년 모세 작전, 1991년 솔로몬 작전을 통해 수만 명의 에티오피아 흑인이 이스라엘에 정착했다. 현재 16만 명이 넘는다. 에티오피아에서 주류 암하라족의 기독교(에티오피아 정교회)에 눌려 살다 메시아의 구원을 받은 것일까...
◆예루살렘 통곡의 벽... 솔로몬이 세운 성전
예루살렘 구시가지 중심부에 자리한 '통곡의 벽(Wailing Wall)'으로 가보자. 1년 내내 유대교도 순례 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통곡의 벽'의 다른 이름은 '서쪽 벽(Western Wall)'이다. 무슨 서쪽이란 뜻인가? '통곡의 벽'에서 서쪽 신시가지에 자리한 이스라엘 박물관으로 가서 확인해 보자. 박물관 정원에 예루살렘 구시가지 모형을 만들어 놨다.
솔로몬이 B.C10세기 중반 야훼에게 바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스라엘 민족 최초의 야훼 성전도 보인다. 구약 열왕기 상 5장과 7장에는 두로, 즉 알파벳을 발명한 페니키아 왕국 티레(Tyre)의 히람왕이 재료와 기술자를 지원해 건축했다고 기록된다. 동맹국 페니키아의 지원을 받은 성전의 서쪽 벽면이 '통곡의 벽'이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와 솔로몬의 성전 경쟁
9세기 동로마 제국 역사가 테오파네스의 『연대기(Chronographia)』에 흥미로운 대목이 보인다.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성 소피아 성당을 완공하고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는다. 솔로몬 대성전이 있던 언덕 성전산(Temple Mount)에는 이슬람교 3대 성지의 하나인 황금돔(바위돔) 모스크가 우뚝 솟았다. 살아 숨 쉬는 유기체처럼 변화하는 종교 양상을 뒤로 하고, 성전을 만든 솔로몬의 아버지 다윗(David)을 만나러 간다.
◆ 솔로몬의 아버지 다윗 조각과 미켈란젤로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갤러리. 5.17m 높이의 늠름한 남자 누드 조각이 탐방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고인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 피렌체 시정부(시뇨리아) 의뢰로 미켈란젤로가 1504년 완성했다. 피렌체 두오모(대성당)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시뇨리아 광장의 시정부 청사 앞에 세웠다.
다윗 조각은 B.C5 세기 그리스 고전기 숭고미 조각 기법과 인간 중심 예술철학을 되살린 르네상스의 상징이다. 아울러, 절대 왕정의 스페인, 프랑스, 신성로마제국에 대항하는 자유 공화국 피렌체의 메타포(은유)다. 1873년 아카데미아 갤러리로 옮겨 현장에는 복제품이 자리를 지킨다.
◆다윗, 유부녀 밧세바를 유혹해 솔로몬을 낳다
루브르 박물관 명화 전시실로 가면 다윗과 밧세바의 사랑이 피어오른다. 렘브란트의 제자인 윌렘 드로스트가 1654년 그린 「다윗의 편지를 받은 밧세바」를 보자. 밧세바는 구약 사뮤엘 하 11장에 나오는 헷(히타이트) 사람 우리아의 아내다. 다윗은 목욕하는 밧세바의 누드를 우연히 보고 한눈에 반해 왕궁으로 불러 동침한다.
남편 우리아를 전쟁터로 보내 죽게 만든 뒤 그녀를 아내로 취한다. 남편을 배신하며 권력자 다윗의 사랑을 거부하지 못하는 연약한 여인 밧세바의 심리가 드로스트의 붓끝 아래 육감적으로 묻어난다.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운명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여 밧세바가 낳은 첫아들은 죽고, 다윗의 아내가 된 뒤 낳은 둘째 아들이 솔로몬이다.
◆솔로몬의 이슬람 이름 술레이만
330년부터 1453년까지 1200년 넘게 서양 사회 최고 도시 콘스탄티노플, 오늘날 이스탄불의 술레이만 무덤으로 가보자. 오스만 튀르키예 제국을 최고 번영기로 올려놓은 이슬람 문화권 최고의 정복 군주 술레이만 대제(재위 1520년-1566년)의 아담한 무덤 옆에는 거대한 모스크도 자리한다. 구약의 솔로몬을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술레이만이라 부른다. 지혜롭고, 용감한 남자의 상징이 술레이만이다. 그만큼 이슬람권에서도 솔로몬을 높게 평가한다. 이유는?
◆지혜로운 솔로몬의 명판결
루브르에는 밧세바를 다룬 작품 옆에 「솔로몬의 심판」도 전시중이다. 프랑스 바로크 화가 니콜라 푸셍의 1649년 작품이다. 구약 열왕기 상 3장 16절~28절에 나오는 이야기. 2명의 창녀가 아이 1명을 놓고 제 아기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솔로몬은 반으로 가르라고 명한다. 아기를 칼로 자르겠다는 가짜 엄마. 자식의 생명을 빼앗을 수 없어 자신이 엄마가 아니라는 진짜 엄마.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로 아기는 진짜 엄마의 품에 안긴다.
현재 대한민국을 보자. 탐욕에 찌든 정치, 여기에 오염된 사법부, 갈팔질팡 행정부가 빚어내는 불협화음 광시곡(狂詩曲, Rhapsody). 소중한 대한민국의 운명은 뒷전인 채 폭주하는 위정자들에 대항할 솔로몬은 오직 지혜로운 국민뿐이다.
역사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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