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두진의 전당열전] 조기대선 치러지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운명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선거법 재판 늦추려 애쓰는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15일 1심이 선고(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됐지만 2심 첫 재판은 그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이달 23일 열린다. 앞으로도 이 대표는 온갖 수단으로 재판을 지연 시킬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속도를 높이느라 혈한(血汗)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 주도의 국회 탄핵소추단은 "내란죄 주장을 사실상 철회한다"고 밝혔다. 내란 여부를 헌재에서 따지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내란죄 성립도 어려울 것 같으니 내란혐의를 제외해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속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매주 화·목요일 두 차례씩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변론기일도 한꺼번에 5차례나 지정했다. 민주당의 속도전에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모두 17차례 변론을 진행했다. 하지만 '내란 혐의'를 빼고 비상계엄의 헌법위반 여부만 따질 경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10여 차례 변론으로 끝날 수도 있다. 2월 말이나 3월 초, 늦어도 3월 말에는 헌재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 尹 탄핵·李 항소심 어느 쪽이 먼저냐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2심 선고는 3월 초순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공직선거법 270조 규정대로 라면 2월 15일 2심, 5월 15일까지 최종심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이 항소심 법원으로 넘어간 것이 작년 12월 초순이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잡을 때 3월 초순에 항소심 선고가 나온다고 본다.

만약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이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보다 먼저 나온다면, 곧바로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는 만큼 이 대표측은 "2심 재판 중단"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민주당과 거기에 부역(附逆)하는 변호사·법학자들도 "공직선거법으로 유력 후보를 낙마시켜서는 안된다"는 궤변과 억지를 늘어놓을 것이다. 반면, 이 대표에 대한 2심 유죄 판결이 먼저 나올 경우 그런 억지 주장은 동력을 크게 잃게 된다.

결국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과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어느 쪽이 먼저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이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를 가정(假定)해 살펴보는 전망이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 하루 더 살기를 바랐던 오다 노부나가

일본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인 1582년, 통일의 꿈을 완성해가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자기 영지를 떠나 교토 혼노지(本能寺)에 묵던 중, 자신의 가신(家臣)인 아케치 미츠히데의 반란으로 죽었다.(혼노지의 변·本能寺の変)

죽음의 위기에 몰린 오다 노부나가는 절규했다. "한 달 만 더 내게 시간이 있다면, 하루만 더 시간이 있다면, 아니 단 한 시간만이라도 내게 시간이 있다면…."

오다 노부나가가 한 달, 하루, 한 시간을 더 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다. 다 잡은 천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식이나 다른 후계자를 위해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싶었던 것이다. 그 한 달, 하루, 한 시간의 조치로 천하 패권 향방이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오다 노부나가에게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생을 마감함으로써 오다는 거의 다 잡은 천하를 잃었다.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저 오다 노부나가와 비슷한 처지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2심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대표는 교도소에 갈 수도 있고, 천하를 얻을 수도 있다.

▶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이 될까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에 앞서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하고 조기대선이 열리면 어떻게 될까?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은 99% 이상이다. 그러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상당수는 '윤석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재명이 싫어서' 윤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줄곧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것도 유권자들이 윤 대통령을 좋아해서 표를 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22년 당시와 비교했을 때, 2025년 현재 이재명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은 더 늘었을까? 줄었을까?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래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30%~40% 초반 박스권에 묶여 있다는 점, 40% 이상의 국민들이 '찍고 싶지 않은 후보'로 이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보여준다.

탄핵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는 매우 불리한 요소다.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이에 대한 분노와 반대가 들끓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반사체'였지만,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발광체', 즉 '보수의 맹주(盟主)'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내란특검법VS 이재명 감옥행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승패를 가를 또 하나의 변수는 내란특검법과 이재명 대표 재판이다. 야6당이 추진하는 내란특검법은 '수사대상과 수사범위·기간' 등 독소조항이 많다. 그 중 일부를 제거하더라도 여전히 독소조항은 남는다. 대표적인 것이 '특검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수사 중 인지한 사안을 언론 브리핑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럴 경우 조기대선 기간 내내 내란 수사 이슈로 국민의힘은 코너로 몰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박영수 특검이 '수사 브리핑'으로 대선판을 주물렀듯이.

반대로 '이재명 후보는 당선돼도 곧 물러나 감옥에 가야 한다.' '이재명이 국회 권력에 이어 행정부 권력까지 장악하면 지옥문 열릴 것' 등등 국민의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어느 이슈가 우세를 점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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