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이광재] 새로운 기회, 경주 APEC

전 국회사무총장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대한민국은 '아파트' '오징어 게임'처럼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나라다. 그러나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 IMF 위기가 터졌다. 세계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던 나라에서 앞으로가 예측 불가능한 나라로 후퇴했다.

자랑스러운 '코리아 브랜드'를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만들어 내야 한다. 담대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가 시급하다.

첫째, 천 년 고도 경주를 세계 지도자들의 연회장으로 만들자. 트럼프, 푸틴, 시진핑 등 정치 지도자와 일론 머스크, 손정의 등 기업인들에게 대거 초청장을 보내자.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모이면 새로운 생각이 탄생한다. 매년 1월이면 스위스 작은 산골 마을 다보스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다보스 포럼은 매년 새로운 의제를 정해 인류적 과제의 해법을 찾는다. 인공지능(AI) 혁명 이전 세상을 뒤흔든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보스 포럼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무대를 이끄는 도시는 운명이 달라진다. 인구 4만 명의 강원도 평창은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났다. 대전은 1993년 엑스포를 통해 카이스트,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한 과학기술도시로 일어섰고, 작은 항구였던 여수는 2012년 엑스포 이후 매년 1천만 명이 찾는 전국적인 관광도시로 사랑받고 있다.

경주 APEC만의 전략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경주가 AI 대전환, 기후 위기, 수명 120세 시대의 인류 공통 과제에 국가적 지혜를 모으는 '아시아판 다보스'로 거듭나는 꿈을 꿔 보자.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에서 일론 머스크와 함께 우주·위성통신 협력 비전을 발표할 수도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둘째, 경주에서 평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2018년 평창처럼 2025년의 경주가 한반도와 동북아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을 중재하면 한국의 중요성을 미국과 중국에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후 참석하는 첫 국제 무대로 만들 수도 있다.

스위스 제네바를 모델로 삼아 보자. 제네바는 전 세계 39개의 국제기구, 420여 개의 국제비정부기구가 위치하고 약 3만2천 명의 외교관과 매년 4천 건 이상의 국제회의가 열리는 외교의 허브다. 만약 미·중 갈등의 전환, 국제 질서 긴장 완화를 담은 '경주 선언'이 발표되면 우리의 위상은 또 달라질 것이다.

셋째, '원더풀 경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가자. 경주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평창과 여수처럼 경주가 APEC 이후 세계적인 관광도시, MICE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국회 차원의 '경주 APEC 2025 지원 특별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해야 한다. 계엄 수습과 민생의 영역은 명확히 구분하고 할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 특히 올해 가동되기 시작한 동해선 철도와 연계하면 동해안 벨트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나아가 경주를 방문한 세계인들이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울산 현대조선소를 둘러보고, 대구 서문시장과 부산 해운대까지 즐기는 코스를 기획하면 어떨까. 미국과 조선, 철강 부문의 새로운 협력을 발표하고 AI 데이터센터 유치까지 이뤄지면 '주식회사 대한민국' 주가는 다시 뛸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말처럼 '로봇의 챗GPT 모멘트'가 오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 등 전통 제조업이 강한 영남에 새로운 기회다.

2025년 위기 극복의 열쇠는 경주 APEC의 성공에 달렸다. 10월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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