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은 세 가지가 다르다. 먼저 젊어졌다. 백악관 대변인부터 27세인 캐롤라인 레빗으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이다. 한국의 대통령실 홍보수석 격인 백악관 공보국장에 임명된 스티븐 청은 42세에 불과하다. 15개 연방정부 부처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트럼프 1기 때(63세)보다 6년 정도 낮아졌다.
내각은 최소 100억원 넘는 재산을 가진 장관들로 구성된 '억만장자 클럽'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 재산만 60억~70억달러(약 8조4천억~9조8천억원)에 달한다. 금융사 CEO를 지낸 스콧 베센트(재무), 하워드 러트닉(상무)을 비롯해 더그 버검(내무), 린다 맥마흔(교육), 비벡 라마스와미(정부효율부)처럼 재산이 1조원 넘는 장관 지명자가 수두룩하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등을 소유한 일론 머스크(약 3천478억달러·490조원)까지 합하면 트럼프 2기 장관급 이상 고위직의 총재산은 51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세계 경제 중위권에 속하는 덴마크·남아공·콜롬비아 등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고 핀란드·포르투갈·뉴질랜드 같은 나라의 GDP보다 훨씬 많다.
또 하나 상당수 장관 후보자들은 해당 분야에서 여러 권의 책을 써서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추고 있다.
프린스턴대 정치학과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피트 헤그세스(44), 그는 최종 군 경력이 주방위군 육군 소령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선 미국 국방부 장관의 '격'(格)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헤그세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미국 군대와 국방부를 해부한 책을 4권 냈다. 2024년 발간한 〈The War on Warriors〉에서 그는 "미국 군대가 정치적 올바름주의와 워키즘(Wokism·깨어 있음)에 사로잡혀 군인 정신과 야성, 전투력을 잃어 간다"며 실상을 파헤치고 대안을 내놓았다.
반중(反中) 성향의 마코 루비오(53) 국무장관 지명자도 2006년부터 2023년까지 4권의 책을 썼다. 이 중 자서전은 1권뿐이며, 나머지 3권은 아메리칸 드림 회복 방안, 미국의 번영·기회를 무산시키는 엘리트들 같은 묵직한 책들이다.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국내 수사·방첩 기관인 중앙정보국(FBI) 국장에 각각 지명된 털시 개버드(44)와 캐시 파텔(44)도 4권, 3권의 책을 썼다. 파텔의 2023년 저서 〈정부 갱스터들〉은 FBI와 법무부·국가안보 조직의 개혁 필요성과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역저(力著)로 평가된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1) 보건복지부장관 지명자는 지금까지 11권을 썼는데, 이 중 8권을 60세 이후에 썼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심층 해부한 〈진짜 앤서니 파우치〉는 2021년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 2023년 출간된 〈우한 은폐(The Wuhan Cover-Up)〉는 미국, 중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의 생물무기 개발 경쟁 상황을 추적했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우등 졸업한 뒤 생명공학 기업을 세워 억만장자가 된 비벡 라마스와미(39)는 2021년부터 매년 한 권씩 3권의 미국 정치사회 분석서를 썼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9권의 책을 냈고,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32세 때 쓴 〈힐빌리의 노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돼 드라마·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런 모습들은 미국이 세계 1위 국가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이 경제·군사력 외에 엘리트들의 높은 경쟁력에 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은 열심히 일해 많은 돈을 벌 뿐 아니라 학창 시절 형성한 독서와 글쓰기 습관을 그대로 살려 바쁜 와중에도 공부와 학습으로 전문가 수준의 단행본까지 내고 있다.
이는 지력(知力)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역량 상승으로 이어져 수준 높고 안정된 선진사회의 토대가 되고 있다. 동시에 모임과 행사, 골프 등에 빠져 살다가 선거 직전에 허둥지둥 책을 급조해 내는 한국 엘리트들과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과거와 같은 얄팍한 지식이나 안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발전 단계에 이르렀다. 2025년은 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도약이냐 후퇴냐를 가르는 승부처는 우리 엘리트들이 얼마나 학습과 진지함, 실력으로 탁월성을 갖춰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국가를 만드느냐에 있다. 한국 엘리트들의 각성과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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