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역대 최악의 설 경기 맞을 수 있다

지난 2003년 카드 대란(大亂)은 외환위기 이후 극도로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고 지하경제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신용카드 발급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비롯됐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1998년 약 64조원에서 2002년에는 약 623조원으로 10배가량 급증하면서 효과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미성년자까지 포함한 무분별(無分別)한 카드 발급으로 신용불량자 360만 명이 쏟아졌고 대형 카드사들이 휘청거리자 소매판매액지수가 3.1% 떨어졌다. 똑같은 지수가 지난해 2.1%나 감소했다. 21년 만에 최대다. 특히 이번 소비 절벽은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耐久財)와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등 모든 상품군에 걸쳐 벌어지는 현상이다. 전체 상품군 소비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없었다.

음식료품 소비 3년 연속 감소도 처음이다. 통계를 시작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고물가 탓에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이런 추이(推移)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비스 소비마저 둔화세다. 코로나19 이후 회복하는가 싶더니 2023년부터 전년도 증가율의 절반으로 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로 회복 기대감도 커졌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씨마저 꺼져 버렸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3개월간 소비자심리지수가 9.4포인트(p) 떨어졌는데 이번엔 한 달 만에 12.3p 떨어졌다. 여기에 고환율 악재까지 겹쳤다.

정부는 전체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고 나섰다. 집행 효과는 2월 말이나 돼야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이번 설에는 최악의 불경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16일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3연속 인하하면 경기 부양에 다소 도움이 된다는 전망이 많다. 당장 닥친 보릿고개를 넘기려면 예산 조기 집행과 추가경정예산 확정, 기준금리 인하 세 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위기의 1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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