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어려운 일들은 왜 한 번에 들이닥치는지. 하지만 돌이켜보면 불행은 언제나 백영은(47·가명) 씨와 함께였다. 폭력 가득한 집에서 벗어나 결혼을 했더니 남편은 외도를 일삼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아이들은 이혼 후 양육권을 뺏긴 1년여 기간 동안 학대를 당해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됐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고 싶었다. 남들도 있는 힘껏 도우며. 하지만 결국 50대를 앞둔 영은 씨에게 남은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온통 남에게 빌린 물건만 가득한 임대주택, 나빠진 건강뿐이었다.
◆가정폭력 피해, 남편의 외도…불행한 과거
영은 씨는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가정은 가난하진 않았으나 불행했다.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의 폭력 때문이었다.
영은 씨의 어린 시절은 밤마다 술을 먹고 가족들을 두들겨 패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 다닌 기억으로 가득했다.
고등학생 때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를 말리려던 영은 씨는 교복을 뺏겨 학교에 가지 못한 이후 집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다. 서울에 있는 아무 대학에 원서를 내서 입학한 영은 씨는 동생들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학기도 지나지 않아 자퇴서를 냈다. 이후로는 홀로 서울에서 학원 강사나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지냈다.
결혼은 술, 도박, 여자 문제없는 사람과 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20대 중반, 사귀던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배우자는 시댁의 괴롭힘으로부터 영은 씨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임신한 영은 씨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웠다. 첫째 출산예정일에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된 영은 씨는 스트레스로 양수가 일찍 터졌고, 그 영향인지 첫째는 발목에 이상이 있는 채로 태어났다.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남편의 외도를 참고 살았지만, 둘째를 낳고 나서도 그는 유흥업소를 들락거리는 둥 바뀌지 않았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영은 씨는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 대가로 양육권과 재산을 모두 빼앗았고, 영은 씨는 빚만 떠안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시댁에 맡겨진 아이들은 영은 씨가 없는 1년 반 동안 학대와 방치를 당해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됐다. 엄마가 보고 싶어도 맞을까 봐 울지도 못한다는 초등학생 아이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영은 씨는 시댁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고향으로 아이들을 데려왔다.
두 아이와 함께 영은 씨는 이혼 이후 큰 의지가 돼 준 두 번째 남편과 함께 살면서 어려운 형편을 일으켜보고자 온갖 노력을 다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다 월세방에서 쫓겨난 후, 보험회사에서 사람을 모으면 목돈을 준다는 말에 영은 씨는 보험 일을 시작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을 하던 배우자와 맞벌이가 되며 생활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셋째가 생기고 일을 잠깐 그만두게 되면서 다시 형편이 어려워졌고, 수개월 치 월세와 공과금이 밀리게 됐다. 다행히 복지관에서 LH 전세 주택을 얻어주고 기초생활 수급을 받게 해줬고, 생활은 조금 안정됐다.
◆보험사 일 하다 부당 계약 당해…수억원대 빚 생겨
숨 돌릴 틈이 생기자 영은 씨는 어려운 형편에 놓인 이들을 돕고 싶었다. 자신이 생활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던 보험 일을 다른 이들에게도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보험사 책임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던 영은 씨는, 직원들 처우를 개선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 보험사 스카우트 제의를 수락하게 됐다. 하지만 허울 좋던 제의는 3년간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는 부당계약이었고, 책임자였던 영은 씨가 오롯이 그 부담을 지게 됐다.
보험사가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건 억대의 추심으로 통장은 몽땅 압류됐다. 어린아이 셋을 키우면서 매일 같이 출장을 다니느라 몸과 마음이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끼던 직장이었다. 2년 전 난소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후에도 직원들 생각에 쉬지도 못했던 애정 가득한 회사였으나 일을 할수록 부담이 가중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암보험 진단금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도 끊긴 상태였는데, 아이 스쿨뱅킹 계좌까지 모조리 막힌 영은 씨는 수개월간 수입이 전혀 없어 의료보험은 물론, 공과금과 아이 급식비도 낼 수가 없는 생활고 상태에 놓이게 됐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회생신청을 했지만, 돈이 없어 법무비용을 완납하지 못해 절차가 중단된 지 수개월. 영은 씨와 함께 직장을 잃은 배우자가 일용직 일자리를 알아보려 해도 중증 우울증을 앓는 영은 씨 걱정에 타향살이 결심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5월부터 수입이 없어 공과금이 체납됐고, 전화는 이미 끊겼다. 선불카드를 충전해서 급한 통화만 하는 실정에, 전기세를 못 내는 바람에 지난주 다시 단전 연락을 받았다.
복지관이나 시청에서 주는 식품으로 겨우 밥을 해먹느라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첫째에게 생활비를 못 부쳐준 지도 수개월. 둘째는 곧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내야 했는데 돈 마련할 곳이 요원했고, 가장 걱정인 셋째는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데, 사는 게 너무 막막하고 힘들었다. 영은 씨는 매일 앞날을 걱정하며 조용히 눈물 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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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의지할 가족 없이 쓰레기집에서 사는 한미숙 씨에 2,172만원 전달
의지할 가족 하나 없이 쓰레기 가득한 집에서 사는 한미숙 씨(매일신문 12월 31일 10면 보도)에게 2천172만2천76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박전호 30만원 ▷박옥선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권오영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홍준표 2만원 ▷남장호 1만원 ▷배상영 1만원 ▷황성광 1만원 ▷조인숙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기 암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세 가족 가장 박정호 씨에 2,309만원 성금
다섯 살 딸과 배우자와 함께 단전 위기의 곰팡이 집에서 생활하는 말기 암 환자 박정호 씨(매일신문 1월 7일 10면 보도)에게 41개 단체, 167명의 독자가 2천309만9천79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K7소방안전관리자(최영희)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6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규남)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시온작명연구소(성병찬)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태릉표구화랑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이재일 각 20만원 ▷곽용 기경희 김선아 박정학 윤순희 이길용 이상민 장정순 조득환 최창규 허금주 황우원 각 10만원 ▷배상영 7만원 ▷곽봉근 김경호 김순향 김해윤 박정희 백미화 서정오 서준교 안대용 안현숙 염정원 유명희 이동욱 이병욱 이성익 이영태 이재민 이종하 이혜영 임채숙 전우식 최상수 하경석 하혜련 각 5만원 ▷고윤미 곽병완 김영수 김종성 김진영 김태욱 변현택 신광련 이석우 이영아 이응섭 이재열 이현목 장충길 정미순 최춘희 각 3만원 ▷구연욱 구자선 권오영 권유진 김대일 김창명 김태천 남영희 노희창 박기영 박현주 서기대 서숙영 서진의 손혜숙 안현준 이영애 이윤정 이재복 이해수 정용철 정윤미 각 2만원 ▷최은서 최정원 각 1만5천원 ▷강명은 김균섭 김다영 김삼수 김성수 김성진 김은영 김종진 김주현 김특이 남명호 박남희 박인배 박태용 박태훈 백진규 변희광 송경미 여경희 오아름 우동수 우순화 우철규 유귀녀 유왕신 이경민 이경희 이다연 이도경 이성수 이성원 이승준 이영수 이운대 이진희 정서원 조영식 최경철 각 1만원 ▷전선수 9천원 ▷하정현 6천390원 ▷김라다 김진혹 김학균 손희정 신혜진 알투니나안나 윤인주 조용인 각 5천원 ▷강태호 4천283원 ▷문민성 3천원 ▷김건율 이장윤 각 2천원 ▷이현주 최연준 각 1천원
▷'부산노은경'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힘내세요정호씨가족들' 각 10만원 ▷'예수님사랑' '재원수진' '최한태최수진' '피땀눈물(로지스올)' 각 5만원 ▷'김별(박정호씨가족에게)' '김은숙.장수정' 각 3만원 ▷'박정호씨에게' '시예&수범' '예수사랑' '정호씨' '힘내세요' 각 2만원 ▷'이지윤 이지성' 1만1천원 ▷'부산대김백녕' '석희석주' '이화김수민' '조희수힘내세요' '청명(고나배정)' '하이&재이' 각 1만원 ▷'화이팅' 7천777원 ▷'돕기' 5천935원 ▷'필요한곳으로' 5천740원 ▷'돕기' '수민' '애독자' '은빈' 각 5천원 ▷예당임대기원 66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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