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사 국시 필기응시 고작 285명…'신규의사 공급 절벽' 현실로

15일부터 진행되는 레지던트 모집, 응시 여부부터 '미지수'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의대 정원을 늘리기는 했지만 당장 올해 신규 의사 배출은 지난해 10% 이하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정부와 의료계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져 온 의정갈등의 영향으로 전문의는 고사하고 인턴 과정에 들어갈 의사 국시 응시자도 터무니없이 줄어든 상황이라 의사 공급 절벽이 시작됐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10일 치러진 제89회 의사 국가시험(국시) 필기시험에 285명이 응시했다. 이이는 지난해 1월 치러진 88회 응시자 3천133명의 9.1%에 불과하다.

앞서 작년 9월 치러진 89회 실기시험엔 347명이 응시했고 합격자 중 304명이 필기시험에 접수했다. 접수 취소자와 미응시자가 나오면서 실제 응시자는 더 줄었다.

이는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 대부분이 휴학을 택해 국시에 응시할 수 있는 학생들 자체가 대폭 줄어든 탓이다.

의사 국시 응시자가 확 줄어들면서 당장 다음달 있을 인턴 모집이 난항을 맞게 됐다. 의사 면허는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의사 국시 실기와 필기에 차례로 합격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들이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가 된다.

올해의 경우 필기 응시자 전원이 합격한다고 해도 신규 일반의 자격을 얻는 사람은 285명뿐이다. 결국 이들이 인턴 채용 지원을 하게 될텐데, 전국 수련병원의 숫자는 221곳이다. 병원 한 곳에 한 명이 겨우 지원하는 꼴이다.

전공의들이 사직 이전 병원으로 복귀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수련 과정과 입영 관련 특례를 제공하겠다고 했음에도 전공의들이 아직 마음이 돌아서지 않았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5~17일 전국 221곳의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 1년차와 2~4년차 모집을 각각 실시한다.

모집인원은 지난해 사직 전공의 전체인 레지던트 1년차 2천676명, 2∼4년차 6천544명으로, 20∼22일 면접을 거쳐 23일 합격자가 발표된다.

이번 모집에선 사직 전공의가 1년 이내에 동일 과목·동일 연차로 복귀할 수 없는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정부가 결정했고, 지난해 레지던트 1년차 수련 개시를 앞두고 임용을 포기한 전공의들은 원래 수련받으려던 병원에서, 수련을 중단했던 2∼4년차들도 다니던 병원에 지원해 수련받을 수 있는 특례가 적용된다.

지난달 초에 진행됐던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는 전국 181개 수련병원에서 총 3천594명을 모집했지만 314명이 지원해 181명이 최종 선발됐다. 따라서 사직 전공의들의 빈자리는 사실상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모집에서 일부 충원된 경우에도 초과 정원을 인정해 사직자들의 복귀 기회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전공의들의 입장은 아직 냉랭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직 전공의는 "2025년도 의대 증원이 이미 되돌릴 수 없으니 돌아오라는 말로 들린다"며 "현재로서는 전공의들 분위기가 별로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1년 이상 수련을 중단하는 결정이 쉽지는 않고, 뚜렷한 대안 없이 투쟁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도 있어 복귀를 택할 전공의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대구의 한 의료계 인사는 "정부가 2025년 입시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요구하다보니 젊은 의사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다"며 "올해부터 의사 공급 절벽이 시작됐고 향후 몇 년간은 신규 일반의, 전문의 모두 이 정도 수준의 숫자에 그치거나 더 적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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