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D 투자심리 역대 최악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최우선`

국내 R&D 투자심리 역대 최악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최우선"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심리가 역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연구소 보유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과 12월 2회에 걸쳐 '연구개발전망조사'(RSI)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 기업의 R＆D 투자 RSI와 연구원 채용 RSI는 11월 각각 94.6, 93.7이었지만, 12월 조사에서는 각각 79.6, 84.2로 급락했다.

2013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RSI 지수가 90 이하로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컸던 지난 2021년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이는 국내외 정치,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중돼 심리 위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별로 11월·12월 투자 RSI를 비교하면 대기업은 97.6에서 80.3으로 17.3포인트(p)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중견기업은 10.7p 하락한 85.6, 중소기업은 14.2p 하락한 73.8으로 조사됐다.

인력 RSI에서도 대기업이 12.1 포인트 하락한 85.9로 낙폭이 가장 컸고, 중견기업이 7.4 포인트 하락한 84.3, 중소기업이 6.6 포인트 하락한 81.1로 확인됐다.

산업별 투자 RSI를 보면 건설(30.9포인트), 정보통신(28포인트), 서비스(27포인트) 순으로 낙폭이 컸다.

인력 RSI 역시 전 산업에서 수치가 하락했으며 서비스산업은 당초 확대(101)에서 축소(76)로 전환되며 가장 큰 하락을 보였다.

기업들은 현 상황 안정을 기대하면서도 내수부진에 더해 국가신인도 문제, 국제관계 불안 가중으로 R＆D 투자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정치적 혼란에 따른 정부지원 R＆D 예산의 미집행과 축소 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일수록 정부는 기업에 R＆D 정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의 R＆D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고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R＆D 지원사업 및 조세지원 등의 확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SI 지수=기업이 내년 R＆D와 인력에 어느 정도 투자할지 응답한 내용을 수치화한 것. 100 이상이면 전년보다 늘어나고, 이하면 줄어든다고 전망이 더 많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