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재가 국회 측 편든다는 합리적 의심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군과 경찰 지휘부에 대한 '내란죄' 수사 기록을 수사기관으로부터 받고 있어 논란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군경 지휘부에 대한 검찰·군(軍)검찰·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 목록 등을 받아 달라고 요청했고, 헌재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헌재법 32조는 '재판·소추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기록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 기록은 재판을 통해 확정된 내용이 아님에도 그 자료를 바탕으로 헌재가 심리를 진행할 경우 재판 초기부터 유죄 심증(心證)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아가 군경 간부들의 진술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반대 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아 한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심리가 진행될 소지도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리 당시에도 헌재는 최서원 씨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록을 넘겨받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불법이고 무효라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헌재법 32조는 수사 기록 '원본' 제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복사본 제출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원본'이라는 말을 '원본은 안 되지만' '복사본은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률 취지(趣旨)에 어긋난다. 이 조항은 당사자의 반대 신문권 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원본이든 복사본이든 안 된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제시된 증거 자료는 언론 기사 63건이 전부다. 국회의 조사 보고서가 없는 탄핵안이다. 증거주의 '형사법에 의한 탄핵'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이용한 여론 탄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는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는 것과 유사하다. 혐의를 수집, 조사, 증명하는 것은 국회 측의 몫이란 말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조사한 것을 헌재가 가져다 쓰는 것은 판사가 검사를 대신해 자료를 수집, 재판을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국민들이 수긍(首肯)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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