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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조유진] 신진작가의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1)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조유진 신세계갤러리 대구점 큐레이터

대부분의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예비 작가들은 4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졸업 전시를 시작으로 SNS, 아트페어, 갤러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동을 시작한다. 신진작가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미술계 전체의 생태계를 활기차게 만든다. 이들은 새로운 관점과 독창성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전위적이고, 거침없는 아이디어는 예술계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때론 한 시기의 미술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한다.

미술계 전반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신진 미술가들의 꾸준한 활동이 필수적이지만, 시장에서의 판매가 검증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잠재력을 가졌더라도 전업으로 작가 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은 무리다. 그림에만 집중을 하기엔 당장 캔버스와 물감을 마련하는 것 또한 재원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이들의 예술적 고뇌 한편에는 현실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생존의 고민 또한 존재한다. 물론 신진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상당수의 공적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이것만으로 그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작가들일지라도 작업실 월세, 생활에 필요한 식비, 기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들을 위해 'N잡러'를 마다하지 않는다. 경제적 기반의 불안정은 창작 환경과 시간의 제약을 가져온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 또한 찰스 사치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영국의 기업인인 찰스 사치는 자신만의 미술품 컬렉션으로 사치 갤러리를 창립한 슈퍼 컬렉터이다. 사치는 골드스미스 학생들이 참여한 '프리즈' 전시에서 데미안 허스트와 지금의 영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원형을 발견했고, 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구매함과 동시에 '사치의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oung british artist of saatchi·1992)' 전시를 개최해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트레이시 에민, 더글라스 고든, 레이첼 화이트리드 등 yBa 출신인 이들의 활약은 영국 미술계의 위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뉴욕에 치우쳐져 있던 현대미술의 중심지를 어느 정도 끌어오는 성과를 보였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계적인 블루칩 아티스트들 또한 한때는 이 신진, 청년 미술가들이었고, 결정적인 역할의 후원자들이 존재했다. 후원자들은 좋은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는 안목, 그리고 그들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컬렉팅을 통해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것은 물론 컬렉터의 물적자원에 기반한 것이지만 젊은 예술가의 성장과 이를 녹여낸 작품을 지속적으로 보고싶다는 애정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었을 것이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요즘의 달라진 아트 컬렉팅 분위기들이 미술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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