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과학기술의 혁신은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각종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늘 앞날을 궁금해하며 어떤 식으로든 미래를 예측해보려 애쓴다. 그것이 단순한 호기심일 때도 있고, 좀 더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위한 방편일 수도 있으며, 돈을 버는 수단일 수도, 거창하게는 인류의 종말을 막고 유토피아적 세계로 나아갈 획기적인 해법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영남대에서 비슷한 시기에 정년퇴직한 8명의 교수가 함께 모여 미래 연구를 주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각자 다른 전공영역을 가진 8명의 교수가 함께 모여 수십 년 동안 쌓은 지식과 전문성을 '미래'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공동의 관심사를 풀어낼 방법을 찾다가 미래 전망서를 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책의 내용과 구성을 고민하다가 8명이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영남대 명예교수 가운데 3명을 추가로 초대해 책을 함께 쓰기로 했다.
사회학박사 김한곤, 철학박사 정병석, 경영학박사 권영철, 도시공학박사 윤대식, 토목환경공학박사 손광익, 기계공학박사 신재균, 로봇공학박사 이석규, 정보공학박사 김종근, 생물화학공학박사 조무환, 응용물리학박사 이준하, 화학공학박사 강용호 등 모두 11명의 저자가 각각 한 챕터씩을 썼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제1부에서는 인간과 미래 사회를 다뤘다. 여기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국가적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저출산으로 인해 초래되는 인구절벽과 다가올 세상을 살펴보고, 시간과 관련된 철학적 담론을 살펴보기 위해 '주역'의 시간관과 미래 예측을 다뤘다. 미래 예측서에 왠 주역이냐 싶겠지만 이에 대해 정병석 박사는 "'주역'의 출발은 점치는 것에서 기원한 것이 분명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새로운 해석이 부가되면서 점치는 기능이나 성격보다는 인간과 세계를 해서가는 중요한 철학서로 환골탈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2부는 사회환경 시스템의 미래로, 기업경영의 미래와 도시의 미래를 다루고, 이상기후가 초래할 우리나라 자연환경의 미래와 인간의 삶,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초래하고 있는 연결사회의 미래를 살펴본다.
제3부에서는 과학혁명과 기술혁신이 이끌 미래상을 전망했다. 로봇 기술의 진화와 로봇이 바꿀 미래를 살펴보고, 컴퓨팅의 발전과 미래, 바이오화학 산업의 미래, 인공지능(AI)과 의료기술의 미래, 그리고 장내 미생물과 미래의 건강에 대해서까지 두루 조망했다.
책은 인문학부터 철학, 공학, 의학까지 전 분야를 두루 망라한만큼 쉽게 술술 읽힌다. 마치 지금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현재 나타나는 사회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개론서 같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연결사회의 미래'에서 '정치적 양극화 사회의 미래'를 다룬 부분이다. "머지않아 미국은 내전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정도로 미국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심각하다. 2024년 초에 나온 한 기사에 의하면, 미국 내 강성 공화당 지지자의 54%, 강성 민주당 지지자의 40%가 향후 10년 내에 미국에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166쪽)고 썼다. 마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극한의 이념대립 상황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한 대목이다. 다만 미국은 우리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500개 이상의 단체들이 모여 '먼저 듣기 연합', '양극화 해독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저자들은 인공지능(AI)이 바꿀 미래 세상을 살펴보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을 짚으며 책을 마무리한다. 여기서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장미빛 미래뿐 아니라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336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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