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군 '전략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명백한 파병 증거

협상 앞두고 서방과 러시아 동시 압박 카드로 활용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병사가 지니고 있던 신분증.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병사가 지니고 있던 신분증.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쿠르스크에서 생포된 북한군 병사 2명의 '전략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병사 2명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며 전략적으로 활용할 뜻을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생포된 북한군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군, 다목적 카드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파병의 명백한 증거를 내밀어 러시아를 궁지에 몰고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을 끌어내는 동시에, 전장에서 북한군의 사기 저하까지 노리는 다목적 카드로 염두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공보담당자인 예우헨 예린은 13일(현지시간) 자유유럽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생포한 북한군이 전략적으로 활용 가치가 크다"며 "북한군 포로를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일 생포된 북한군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이유도 같은 배경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며 이들의 모습과 군인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 등을 공개했고, 이튿날에는 신문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배포했다.

이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서는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조직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시민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북한군은 그동안 파병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직접 인정하는 포로의 등장은 '러시아와 북한이 파병을 은폐해 왔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파병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가 위조 신분증을 지급하거나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다는 주장도 신빙성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장기화한 전쟁의 피로감으로 다소 냉담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다시 환기하고 서방의 지원을 촉구할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포로 교환 문제를 꺼낸 것도 러시아와 북한이 향후 휴전 협상에서 파병 인정 여부 등과 관련해 궁지에 몰리게 될 수 있음을 부각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행이 최선의 선택

생포된 북한 병사가 한국에서 새 삶을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북한 병사를 북한에 송환할 경우 인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면 가족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투항을 막기 위해 자기편을 처형한다는 정보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억류한 자국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붙잡은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북한 인권 단체 전환기 정의 워킹 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 분석관은 "북한 병사가 송환될 경우 반역자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인권에 반하는 조치"라고 따졌다.

그럼에도 북한 병사가 실제로 한국행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스스로 탈북을 결심한 뒤 오랫동안 준비를 거쳐 한국에 오는 북한 주민과 달리 현재 북한 병사 입장에선 '적의 땅'이나 다름없는 한국행을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북한에 돌아갔을 때의 생존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한국행이 최선이라는 게 가디언의 결론이다. 물론 본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남거나 제3국행을 원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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