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조현일]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자

조현일 경산시장
조현일 경산시장

나는 부모가 된 후로부터 지금까지 새해 첫날이면 어떤 일이 있어도 신새벽에 일어나 힘차게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원을 빌었다. 선출직 공직자로 일한 지난 10년 동안은 매년 해돋이 행사에 참석하여 시민들과 함께 새해 소원을 빌고, 공직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져왔다.

그러나 2025년 을사년 새해에는 시민들과 함께 새해 소원을 빌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계엄 사태와 연이어 터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해돋이 행사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시정을 책임진 공직자로서 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소망하는 해돋이 행사조차 없는 암울한 새해를 맞이하게 한 잘못을 불문곡직 사죄드린다. 아울러 여객기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곤 어떻게 하면 이 어둠의 강을 건너 희망의 나라로 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공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2026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 규모 즉 GDP의 증가율(경제성장률)을 말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 안팎이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이제 2%대로 떨어졌다. 불과 4년 전 10위까지 올랐던 세계 GDP 순위도 14위로 밀려났다. 국민 생활만족도, 출산율, 노인 빈곤율, 자살률 등의 지표는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나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경제학자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가혹한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저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혹여 절망이 반복되어 모두가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깨어나, 우렁차게 희망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어려움이 닥치면 기본으로 돌아가 본질에 충실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본질을 직시하겠다는 마음으로 연초 'CES 2025'를 참관했다. 이번 CES에 우리 시 기업은 14개 업체가 참여했다. 특히 7개 기업과 함께 처음으로 경산시관을 꾸렸고, 2개 기업이 혁신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개인적으로는 미·중의 첨예한 기술패권 경쟁, 그 하이테크 전쟁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자 보람이다.

우리 기업인들이 전해준 웅혼한 기상과 뜨거운 열정 중 하나를 옮긴다. "세계 1등 하는 우리나라 제품들이 한 삼사십 개에서 대여섯 개로 줄었으나, '최첨단기술 개발활용역량'에서는 아직 우리나라가 세계 1등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저력 쉽게 안 무너집니다. 또 기업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이소. 시장님"

그렇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한국전쟁의 참화와 IMF 위기를 겪으면서도 역사상 최단기간에 선진국에 진입한 그 저력이 어디 쉽게 무너지겠는가.

먹구름 끼고 바람 좀 분다고 닻을 내릴 소냐. 돛을 조정하며 신세계로 나아가야지. 오늘부터 당장 시민 행복을 위한 5H(Hope 희망, Harmony 조화, Happiness 행복, Health 건강, Human 사람)을 시정의 키로 삼고 '상상 그 이상의 경산'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

새해가 시작됐다. 새벽은 아득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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