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시원한데 겨울은 추워서 못 가는 곳이 청송 얼음골인데….'
전국 곳곳에 얼음골이라는 명칭이 붙은 곳이 다수 있다. 청송 얼음골 역시 명칭에 걸맞게 얼음장 같은 곳이다.
한여름에도 다른 지역과 기온 차가 커 얼음이 얼 정도로 서늘한 곳이다. 거대 폭포가 내리치는 장관 아래 발을 담그고 있으면 수분 안에 발을 빼야 할 정도로 시원하고 청량감이 있다.
당연히 겨울에는 맹추위가 있는 곳이 바로 청송 얼음골이다. 폭포도 얼고 강바닥도 얼어붙어 얼음 왕국을 이룬다. 얼음 장관은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실사판 얼음 왕국 청송 얼음골'이라는 별칭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얼음이 겹겹이 성을 이룬 것처럼 쌓여 보는 사람들에게 이색 장관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2011년 이곳에서 이색 스포츠 대회가 시작됐다. 바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다. 곡괭이처럼 생긴 아이스바일을 이용해 빙벽을 빠르고 정확하게 올라가는 세계대회로, 청송군에서 이 대회를 유치한 것이다. 주민들은 다소 생소했지만 우리나라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상급 선수들이 청송을 찾아 자웅을 겨뤘다.
청송군은 당시 이 대회에 대한 회의(懷疑)가 다소 있었다. 대한민국도 아니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월드컵을 개최하다 보니 선례도 없고 정해진 매뉴얼도 없었기 때문이다. 청송군은 이 대회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될지 계산도 되질 않았다.
그런데 반전 아닌 반전으로 청송군은 대회를 너무 잘 치러 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와 스태프 등을 대한산악연맹과 함께 가족처럼 대했고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 관광지, 요구 사항 등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선수단 모두가 청송 월드컵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청송 월드컵을 치르면서 해가 갈수록 대한민국 선수들의 기량도 올라갔다.
처음 대회를 열었을 때는 러시아 선수들의 독주가 이어졌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도 선전해 상위 등수에 들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 당시 한국외대 소속 송한나래 선수가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송 선수의 우승은 당시 동유럽의 기량과 신체적 구조 등을 모두 뛰어넘은 대한민국 여제의 쾌거였다. 이후 청송 월드컵에서 박희용, 신운선 선수가 연이어 우승했고 올해는 남자부 이영건 선수가 챔피언이 되며 대한민국이 아이스클라이밍 강국이라는 위용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청송군은 월드컵 개최와 함께 아이스클라이밍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던 러시아 소치를 방문해 정식 종목 채택을 건의했고 이 노력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 아이스클라이밍이 쇼케이스 종목으로 지정되는 결과를 얻었다. 겨울이 긴 일부 국가에서만 유리한 종목이라는 편견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과 월드컵을 매년 개최하는 청송군이 깨 버린 것이다. 다가오는 2030년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에 아이스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지난 10일 열린 '2025 UIAA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서 세계산악연맹은 월드컵 대회 5년(2026~2030년) 연장을 위한 협약을 청송군과 체결했다. 과연 인구 2만3천 명인 대한민국 최고 오지 청송군에서 동계스포츠의 꽃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20년간 열게 될 줄 어느 누가 상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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