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고 입고 것도 '차이나' 아닌 게 없네[차이나산업침공]

유통, 물류, 식품 업계에 뿌려대는 차이나 머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로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로고

중국이 국내 유통, 식품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며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스며들면서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공급량 부족과 물가 상승 현상이 두드러지는 식품 분야도 중국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입고 먹는 것이 '중국산'이 아닌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 연합뉴스.
자료: 연합뉴스.

◆유통 업계에 스며드는 '차이나 머니'

지난해부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가 국내 유통·물류업계를 뒤흔들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C커머스 업체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추이를 살펴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861만명을 기록했다. 연초인 1월(717만명)과 12월(898만명)을 비교해도 25.24%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899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2위에 안착했다.

테무도 지난해 월 평균 사용자 수가 729만명을 기록했다. 테무 사용자수는 지난 12월 812만명을 기록하며 연초(570만명)보다 42.4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11번가·지마켓·롯데온은 사용자 수가 줄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선두로 C커머스 플랫폼은 지난해 초 초저가 전략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유해성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급성장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 입점 판매자들이 해외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런칭해 신규 판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또 한국 식품 전문 채널 케이베뉴(K-Venue)도 개설해 국내 판매자,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과 협업에 이어 대규모 프로모션도 추진 중이다.

특히 수수료 0%, 보증금 0원이라는 파격적인 정책도 펼치고 있다. 나아가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초 착공을 목표로 한국에서 11억달러(1조5천억원)를 투입할 18만㎡(5만4천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 부지를 물색하는 중이다.

이처럼 C커머스의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6일 신세계그룹 이마트 이커머스 부문 지마켓(G마켓)이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와 합작법인(JV)을 구축한다고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이마트는 공시를 통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와의 지분 출자에 대해 설명했다. 공시에는 아폴로코리아가 보유 중인 G마켓 지분 100%를 현물 출자하고,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지분 현물 출자와 별도의 추가 현금성 자산 출자를 통해 50대 50 지분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사는 이번 동맹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지배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매각 절차를 추진 중인 이커머스 기업 티몬과 위메프 인수전에 중국 국영기업 중핵집단유한공사(중핵그룹)가 참전했다.

패션 업계에도 중국 자본이 빠르게 유입하고 있다.

자난해 10월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가 패션 버티컬 플랫폼 '에이블리'에 1천억원을 투자했다. 또 중국 최대 스포츠의류 기업 안타스포츠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기존에 발행된 주식 1.7%를 500억원 수준㈜에 사들였다. 안타스포츠는 중국 최대 스포츠 의류 기업으로 살로몬·아크테릭스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중국의 생활용품 업체 미니소가 3년 만에 한국에 재진출해 한국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입 초기 초저가 전략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판매하던 저품질의 상품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한국 등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등 한단계 성장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공습 국내 시장 대책은?

차이나 머니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이커머스 1위는 쿠팡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로켓배송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쿠팡은 다양한 신상품 중에서도 품질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달의 신상' 테마관을 기획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유통, 식품업계에 중국 자본 침투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주도권 전쟁의 승기를 잡기 위해 투자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뢰성 등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국제 산업 구조에서 지금 흐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현재 주어지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전체 시장을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품질 좋은 제품과 대체 불가능한 역할에 대해 혁신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형탁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플랫폼 기업에서 유통하는 상품에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제품들이 상당하다. 이 부분 때문에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유통업체들이 자사 플랫폼 평가 제도를 도입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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