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히려 위로해 주셨다" 체포 직전 변호인·참모 위해 샌드위치 만든 尹

관저 나서기 직전 김 여사와 토리 보러 2층 올라갔다 오기도

대선 후보 당시 참치 샌드위치를 만드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유튜브 채널
대선 후보 당시 참치 샌드위치를 만드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유튜브 채널 '윤석열' 캡처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기 직전 아침식사를 못한 변호인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유튜브 '고성국TV'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 직전 모습을 전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은) 대단히 의연하셨다. 웃으시면서 모든 걸 각오하셨다. 슬퍼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오히려 위로해 주셨다"며 "(윤 대통령은) 새벽 1시에 주무셨다가 2시 반쯤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일어나셨다. 변호인들도 관저에서 잤는데 (윤 대통령이) 변호인들 나눠주겠다고 아침에 샌드위치 10개를 만드셨다"고 했다.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잠을 깬 윤 대통령은 이때부터 오전 10시 33분 공수처의 체포 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눈을 붙이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날이 밝아오자 참모들에게 "아침 식사도 못 하지 않았느냐"며 관저 냉장고에 있던 재료로 30명분 햄에그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

이날 윤 대통령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들과 관저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10시 33분 공수처에 압송되기 직전 관저 2층으로 올라가 반려견 토리와 함께 10여분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방에는 김건희 여사도 함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공수처 관계자들이 사다리로 차 벽을 넘어 관저 구역 내로 진입한 뒤 체포팀이 경호처 관계자들과 별다른 충돌 없이 1·2차 저지선을 거쳐 3차 저지선인 관저 초소 앞까지 접근했다는 소식에 윤 대통령은 "경호처도 최선을 다했다"며 "(공수처 관계자들을) 관저로 들어오라고 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초소로 경호처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초소로 경호처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관저 출입 초소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과 공수처 측은 윤 대통령 이동 방식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 호송차가 아닌 경호처 차량으로 이동하되 공수처 검사가 같이 타는 것으로 조율됐다.

윤 대통령은 또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경찰들도 청년이고, 경호처 직원들도 청년인데 유혈 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니 그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며 "여기(관저)에 있으나 저기(공수처)에 있으나 마음대로 못 돌아다니는 건 매한가지인데 들어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까지 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목표가 없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더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다만) 내가 불법에 무릎 꿇는 게 아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 같다. 여러분이 노력해 달라"라고 했다고 한다. 또 "지금 나라가 이렇게 무너져 가고 있는데 당은 뭐 하고 있느냐", "우리 의원들이 저쪽(민주당)에 비하면 아주 모범생", "국민의힘이 전투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로 나서기로 대통령실 직원 스마트폰으로 2분 48초 분량의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촬영한 뒤 공수처로 향했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은 16일 오후 2시 공수처의 재조사를 받을 예정이지만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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