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체포 남미같다?…중남미에서도 최근 30년 동안 없었다

1980∼90년대 이래 구금 사례는 '전직'…탄핵 당하거나 퇴임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마치 남미 어느나라(어느 나라) 같다"고 적었다.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유례없는 사태를 두고 정치적 후진국가로 알려진 '중남미'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중남미에서도 현직 대통령이 구금된 사례는 최근 30여년간 찾기 쉽지 않다. 대부분 1970년대 또는 그 이전에 자주 발생했었다.

중남미 33개 독립국 중 카리브해 도서 국가를 뺀 25개국(외교부 집계 기준)을 살펴보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헌정질서를 유린했다가 죗값을 치르게 된 사례는 1970년대 이전에 많았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된 비교적 최근 사례는 오토 페레스 몰리나 과테말라 대통령(2012∼2015년·이하 재임 기간)이다.

군 장성 출신의 페레스 몰리나는 수뢰를 비롯해 각종 비위로 국회에서 면책특권을 박탈당한 직후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국회에 사임서를 제출한 뒤 수사기관에 자진 출두했다.

국회가 재석 의원 만장일치로 사임서를 수리한 이후 몰리나는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치소에 갇혔다.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2021∼2022년)은 전직 대통령으로 체포됐다. 카스티요는 의회에서 자신의 탄핵안을 다루기로 한 날인 2022년 12월 7일 0시쯤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한 뒤 "현재의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회는 '셀프 쿠데타'로 규정하며 곧바로 대통령을 탄핵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페루 대통령은 의회에서의 의결로 곧바로 탄핵당한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미 카스티요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던 현지 경찰은 곧바로 그를 체포했다.

당시 페루 경찰은 엑스(X·옛 트위터)에 카스티요 신분을 '전 대통령'으로 적었다. 페루는 정치권의 부패가 끊이지 않고, 정치세력이 파편화돼 있어 최근 몇 년 새 대통령의 중도 낙마가 반복된 바 있다.

카스티요는 페루 의회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7번째 사례였다. 2000년 11월 탄핵으로 면직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제외한 6차례는 최근 7년 사이에 벌어졌고, 이 중 일부는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받았다.

베네수엘라 '부정부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의 경우 현직 대통령 시절인 1993년 대법원 판단에 따라 부패 혐의로 기소됐었다. 하지만 체포 영장 발부는 기소 이후 탄핵을 당한 후 이뤄졌다.

국내 중남미 정치 분야 전문가인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중남미 지역 내 군사정권 시기는 1970년대의 일"이라며 "아직도 군정 하 중남미라는 형태의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 현지 학자들도 유감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