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김형준] '정권교체 대세론'은 없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몇 가지로 축약된다. 조기 대선이 가능할까? 언제 조기 대선이 치러질까? 어느 정당이 승리할까? 이재명은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내란 중대 범죄 혐의로 구속되면서 헌재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쳐 대체로 '4월 헌재 심판, 6월 대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소추, 내란죄 수사는 적법 절차를 훼손하며 각종 불법과 탈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는 심도 있는 논의나 검토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비상계엄 해제일 당일 국회에 접수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는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체포 영장을 청구하고, 지휘권이 없는 경찰을 동원하여 불법 체포 영장을 강제 집행했다. 그런데 법원의 구속 영장 심사에선 이런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 등 무차별 탄핵소추, 탄핵소추안에 내란죄 제외, 카톡 검열법 발언 등 위헌적, 위법적 폭주를 일삼았다. 그리고 민주당이 공수처, 헌법재판소, 법원 등 권력기관을 장악해 권력을 찬탈하려고 하자 국헌 문란 세력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내외로 급상승하고 있다. 2025년 윤 대통령 탄핵 상황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첫째, 유력한 야권 대권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사법 리스크에 처해 있다. 2말3초(2월 말 3월 초)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또는 위증교사 2심 재판에서 피선거권 박탈형 선고가 나오면 민주당에서 플랜B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신3김(김부겸, 김동연, 김경수)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둘째, 탄핵을 당한 여당 지지율이 탄핵을 주도한 야당보다 앞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국갤럽 12월 3주 조사(17~19일)에서 민주당 지지도(48%)는 국민의힘(24%)을 압도했다. 그러나 갤럽의 1월 3주 조사(14~16일)에선 국민의힘(39%)이 민주당(36%)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갤럽의 2017년 1월 2주 조사에서 민주당 41%, 새누리당 12%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셋째, 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12월 3주 37% →1월 3주 31%) 2017년 당시 야당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2016년 12월 1주 20% → 2017년 1월 2주 31%)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한편, 갤럽 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비율이 48%인데도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1%에 불과했다. 더구나 야당 후보 당선을 원하는 사람의 63%만이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이재명으로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확인된 것이다.

그 이유는 입법 권력을 갖고 폭주를 이어 온 '이재명의 민주당'이 정권마저 차지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권력은 잔인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표의 과거 발언을 기억하는 사람일수록 그에 대한 비토감이 상당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넷째, 보수 분열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새누리당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32명의 의원이 탈당해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보수 분열로 5자 대선 구도가 만들어졌고 사실상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패배했다. 최근 국힘 내부에선 내란 특검법 발의를 둘러싸고 갈등의 소지는 있었지만 분열 없이 단일대오가 유지되고 있다.

당내에선 자유 우파의 강성 보수를 지지하는 세력(친윤)과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변화와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세력(친한동훈) 간의 '정치 목장의 결투'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언제 어떤 메시지를 갖고 복귀하느냐가 국민의힘 미래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최근 확인된 여론의 대반격이 던지는 정치적 함의는 명확하다. 정권교체 대세론은 없다. 권력에 도취된 민주당의 치명적 한계와 "이재명은 안 된다"는 비토 세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현재와 같은 민심이 지속되면 차기 대선은 '51대(승자) 대 49(패자) 구도'로 누가 이기든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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