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자막 사고?" 남파된 간첩 → ○○○ 간첩으로 바꾼 MBC

모자이크 처리에…尹 측 방어권 보장 논리 맥락 희석

MBC가 17일 자사 유튜브에 업로드 한 영상.
MBC가 17일 자사 유튜브에 업로드 한 영상. '남파된'이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MBC 유튜브

MBC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을 보도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남파된'이란 어절을 모자이크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MBC는 자막에 '인민'이란 단어를 사용해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MBC는 17일 오후 12시쯤 자사 유튜브 채널 '뉴스.zip'에서 "울먹이고 '꾸벅' '버럭'까지, 참던 재판부 결국 윤 측에..."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한 발언이 담겨있었다.

이 영상에서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남파(南派)된 간첩이나 북한하고 직통으로 연결되는 피고인을 재판할 때에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며 "저희는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문명국가인데 대통령 인권이 남파된 간첩보다 못합니까?"라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탄핵 심판을 청구한 민주당 측 대리인 김진한 변호사가 과거 남파 간첩 사건에서 주장했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해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간첩 만큼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1960년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엄주분 씨의 재심 변호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박시환·김진한·조영관·황준협 등 4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은 2023년 12월6일 "엄 씨는가 자신이 남파 간첩임을 인정하면서도 인권침해로 인한 허위 자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서 김 변호사는 피고인의 인권을 강조하며 허위 자백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다만 재심 개시 결정 전 엄 씨가 사망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동영상 속 차 변호사 발언은 또렷하게 재생됐다. 하지만 자막에선 '남파된'이란 단어가 두 차례에 걸쳐 모자이크 처리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대체 저걸 왜 모자이크 처리함?" "MBC는 북한 현지 방송인가?" "단어 검열 실화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남파'를 '난파'로 오기한 네이버 동영상. MBC는 유튜브만 수정하고 네이버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MBC 네이버 동영상

MBC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MBC 관계자는 "담당자의 오타 실수다. '남파된'을 '난파된'이라고 자막에 달았다. 유튜브에선 수정이 안 돼서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에선 블러 처리됐지만 네이버 동영상 속 MBC의 영상엔 아직 '난파된'으로 처리된 자막이 공개돼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은 "이런 오타를 낸 건 공영방송으로써의 참담한 MBC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인민'이란 단어가 사용된 울산MBC 영상. 울산MBC

MBC의 자막 논란은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울산MBC는 자막에 북한식 표현 '인민'이란 단어를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날 울산MBC는 울주군 산불 재난 대응 메시지를 담은 내용의 영상을 올리며 "끝으로 저희 울주군은 산불 재난으로부터 '인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자막을 넣었다.

MBC 측은 18일 "인터뷰 내용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AI 프로그램이 '인명'을 '인민'으로 잘못 변환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표기 오류로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MBC는 이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