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년 미국산 원유 수입 역대 최대치 기록…통상 압력 돌파구 될까

수입 비중 15.7%까지 높아져…지난해 미국서 원유·가스 25조원어치 들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적자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예정인 가운데 한·미 무역수지 관리 차원에서 공공·민간 차원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 1억3천700여만톤(t) 중 미국산은 2천151만t을 기록했다.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4천789만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한국의 수입 원유 중 미국산 비중도 15.7%로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0.2%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은 트럼프 1기(2017∼2021년)를 거치며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전통적 원유 대량 도입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라크를 제치고 한국의 2대 원유 도입국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량과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의 천연가스 수입국 중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천연가스 수입에서 미국 비중은 2016년 0.1%에 불과했으나, 2021년 18.5%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2022년부터는 미국 비중이 다소 줄었으나,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화석연료 경제' 부활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환경 규제 완화 등 방법으로 셰일가스 증산을 유도해 '반값 에너지'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시장에서는 미국산 에너지 가격 하락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미국의 정치 상황이 대(對)미 무역수지 관리 필요성이 커진 한국에는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신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도 15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미국산 에너지의 공급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며 "상업용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정치 상황이 한국에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은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이다. 실제로 작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2023년에 비해 10.5% 늘어난 1천278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대미 무역수지 흑자 역시 557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당선인 공약대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다면 한국은 원유 수입을 늘려 대미 통상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 해동안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173억달러(약25조원)에 달한다.

공공 차원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오만과의 장기계약을 끝내고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미국산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추가로 맺을 가능성이 있다. 가스공사는 2028년 이후 도입 물량과 관련한 추가 장기계약 입찰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카타르, 미국 기업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도 최근 전략비축유 중 일부를 기존의 중질유에서 경질유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산 원유가 주로 경질유, 중동산 원유가 중질유라는 점에서 정부가 미국산 수입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8일 새해 업무 방향 브리핑에서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화석연료 의존이 높아지고, 셰일가스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에너지 기업 입장에서 미국산 가스와 석유 도입 경쟁력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처럼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효과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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