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尹구속' 차은경 판사 실명 거론 비판…검찰 향해선 '尹석방' 주문

지난 2021년 11월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평 변호사 출판기념회에 참석, 신평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신평 변호사 페이스북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내린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를 윤석열 대통령 '멘토'로 이름을 알린 신평 변호사가 공개 비판했다.

신평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사법연수원 13기 수료 후 인천지법, 서울지법, 대구지법 등을 거치며 10년 간 판사로 일했다.

▶그는 구속영장 발부 당일인 19일 오후 1시 6분쯤 페이스북에 '판사의 오만방자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선 자신의 판사 이력부터 소개했다.

신평 변호사는 "30년도 더 전에 나는 법관사회의 정풍을 주장한 일로 법원에서 쫓겨났다"면서 "그런 일을 겪긴 했으나, 나 역시 판사로 있으며, 솔직히 고백하건대, 돈도 받아 먹고, 술대접도 숱하게 받았다. 다만 사건과 직접 연결되는 큰 돈은 물리쳤다는 꾀죄죄한 변명을 할 뿐"이라고 했다.

1993년 8월 대법원 인사를 살펴보면 신평 변호사는 전국 62명 판사들 중 유일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를 두고 그해 5월과 6월 주간조선 잡지에 '사법부 부조리 공개 및 개혁촉구 선언' 등의 기고를 해 사법부를 비판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기고 내용 중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판사실에서 돈이 공공연히 오고 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배석 판사가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해 부장판사가 온갖 모욕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직접 목도한 일이 있다'고 한 게 화제가 됐는데, 여기서 배석 판사는 신평 변호사 자신이라고 2018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해당 기고 내용을 잣대로 삼으면, 페이스북 글에서 신평 변호사가 밝힌 '솔직히 고백하건대, 돈도 받아 먹고, 술대접도 숱하게 받았다'는 고백 역시 뒤늦게나마 충분히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신평 변호사는 "그래도 내가 판사로서 잘한 일을 억지로 꼽자면, 먼저 한국의 초등학교 졸업한 정도의 사람이 갖는 문해력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생각으로 쉬운 판결문을 썼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점은, 영장판사를 하며 쌍방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에는 왜 영장을 발부하는지 혹은 기각하는지에 관해 나름의 설명을 넣어 작성한 문서를 붙였다는 점"이라고 자신의 영장실질심사 경험을 소환했다.

그는 "그런데 30년을 훌쩍 지난 지금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더욱이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끄는 사건이고, 수만명의 대중이 영장 발부를 지켜보는 상황인데도 영장을 발부하는 말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하나마나한 말 한 마디만 달랑 붙였다"고 차은경 부장판사를 비판했다.

신평 변호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알 수 없으나, 법관이나 검사는 사실상 치외법권의 지역에 머무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왔다. 판사가 아무리 재판을 질질 끌거나(민사단독 2년을 맡은 동안 판결문 단 한 건도 실질적으로 작성하지 않은 판사도 보았다), 한쪽을 부당하게 편드는 훤히 속 보이는 편향된 판결을 해도 나아가 뇌물을 먹고 판결해도 법관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그렇게 마련된 무풍지대 안에서 그들은 국민을 내려다보는 오만방자함을 키워온 것"이라고 글 제목을 가리켰다.

▶이어 차은경 부장판사 실명을 아예 언급해 비판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한 차은경 판사는 30년도 더 전에 내가 판사를 하며 세운 직무상의 준칙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임의로 영장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음에도 법원은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요컨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개혁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뒤떨어진 사법제도"라면서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의 사법시스템은 고쳐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오랫동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국 중 국민의 사법 신뢰도에서 한국이 가장 밑바닥인 것은 바로 후진적인 사법제도의 탓"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향후 수사 및 기소 과정과 관련, "검찰의 수사에 대한 기대를 희미하게나마 가진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부분의 법학자들이 이번의 비상계엄 조치는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견해를 수용해 주기를 바란다. 그 수용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의미한다"면서 "시대를 이끌어가는 용기와 지혜가 검찰청 안에서 분출하기를 고대한다"고 수사당국에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글 말미에 남겼다.

한편, 경찰은 차은경 부장판사가 이날 오전 신변 보호를 요청한 데 따라 신변보호 심의위원회를 거쳐 20일 오전부터 보호 조처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해 폭력 난동을 일으킨 데 따른 것이다. 발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았으나 다행히 이미 법원 청사를 빠져나간 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