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존재감 커진 ISA·ETF·해외주식… 안정형 상품 투자 이어진다

하나금융연구소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
금융상품 중 투자·신탁 비중 29.5%로 3.4%p 증가
올해 투자 의향도는 ISA, ETF, 정기예금 순으로 증가
"젊은 층 중심으로 거래 늘어… 투자 다각화 추세"

엔데믹 이후 주식·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이 개인 소비자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금융거래를 계획하며 실속 있는 투자상품을 찾는 추세다. 최근 부쩍 존재감을 키운 상품군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ETF(상장지수펀드), 해외주식이다.

지난해부터 투자자산 거래는 밀레니얼 세대(29~43세)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7월 수도권과 전국 광역시의 금융소비자(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개설·이용하는 자) 20~64세 5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MZ세대 예적금 비중 줄이고 투자 확대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평균 금융자산은 지난 2022년 9천4만원에서 2023년 9천49만원, 지난해 1억178만원으로 증가하며 1억원대에 진입했다. 지난 2023년 금리 수준이 크게 오르면서 예적금과 같은 안정형 저축상품이 각광 받았고, 소비자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안정형 자산 비중은 45.4%로 전년 대비 3.5%포인트(p) 늘어났다.

지난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금융상품의 예치·투자액 비중은 ▷수시 입출금·예적금 42.7% ▷투자·신탁 29.5% ▷연금상품 10.6% ▷보험상품 11.1% ▷디지털 자산 1.6% 순이었다. 이중 수시 입출금·예적금은 전년 대비 2.7%p 줄고, 투자·신탁은 3.4%p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국내외 주식시장 상승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축상품에 예치하던 자금이 투자신탁 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투자자산 비중이 증가한 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투자상품 거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Z세대(20~28세) 또한 지난해보다 약 3.8%p 증가해 금융자산 중 투자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정기 예적금과 국내 주식 등을 유지하면서 절세 혜택 혹은 해외시장을 겨냥한 투자상품에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상품 중 하나는 한 계좌로 여러 상품에 투자할 수 있고,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는 ISA다. 하나금융연구소의 ISA 인지도 조사에서 'ISA가 무엇인지 안다'고 답한 사람은 58.9%로 나타났고, 이중 16.4%가 ISA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ISA에 가입한 이유로는 ▷상품 콘셉트 자체에 대한 선호 ▷비과세, 분리 과세 등 절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등을 들었다. 투자 옵션과 절세 혜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ISA 납입 한도를 기존 연 2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확대하고, 비과세 한도를 연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외화 예금·주식으로 포트폴리오 확장

금융소비자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외화 예금·주식과 같은 글로벌 자산을 담으며 투자 범위를 확장한 점도 최근 일어난 변화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64.8%가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을 보유 중이라고 답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1억2천388만원, 평균 투자액은 4천637만원으로 나왔다.

주식 투자자는 투자상품 보유자 중 79%(전체 응답자의 51.1%)로, 국내주식 보유자(55.4%)가 가장 많았고, 국내외 주식을 모두 보유한 사람은 36.4%, 해외주식만 보유한 사람은 8.2%였다. 여전히 국내주식 투자자가 많지만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나며 절반 가까이(44.6%) 올라온 것이다.

주식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액은 1천619만원, 국내주식 투자액은 2천822만원으로 해외주식 투자액을 1천만원 넘게 앞섰다. 해외주식은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투자액 부담이 비교적 적은 점 등이 소비자 유입을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은 외화예금에서도 확인됐다. 외화예금 보유율은 지난 2023년 9.4%에서 지난해 10.9%로 늘었으며, 올해 외화예금을 보유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2%로 집계됐다. 투자보다 해외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20~34세 젊은 층에서는 환차익 재테크 목적으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높은 편이었다.

◆ETF 급성장…안정형 상품 성장 지속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를 추종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ETF도 주목받았다.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2021년 74조원, 2022년 78조원, 2023년 121조원으로 오르며 100조원대를 돌파했고, 지난해엔 6월 기준으로 152조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데다 자산운용사들의 수익 호실적 소식이 잇따른 영향으로 투자 유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절세 등을 고려한 안정형 상품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연구소의 '향후 1년 내 상품별 자산예치 의향' 조사에서 전년 대비 증가 폭은 ISA(2.8%p), ETF(2.6%p), 정기예금(2.3%p), 해외주식(2.2%p), 개인형 퇴직연금(1.9%p), 외화예금(1.6%p), 정기적금(1.5%p)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ISA와 ETF 등에 대한 가입 의향이 높아진 반면 국내주식 거래 의향(-5.6%p)은 줄어 선호도 변화가 확인됐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의향도 증가해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에서 소액투자에 대한 관심과 상품을 단기 운용할 의향도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투자 영역에서는 4차 산업과 정보기술 분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고, 부동산과 해외투자 분야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연구위원은 "소비자는 절세와 투자 다각화, 여행 계획까지 고려하며 보다 다양하게 자산을 운용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시장은 소비자의 투자 니즈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며, 소비자는 새로운 재테크 트렌드를 놓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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