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정동고 혁신도시 이전 좌초에…부동산 경기 침체로 '무기한 연기'

2021년 이후 현재 부지 매각 공고 11차례 냈지만 유찰
지난달 시교육청에 학교 위치변경 계획 승인 취소 신청

대구 동구 용계동에 위치한 정동고등학교 전경. 김영경 기자
대구 동구 용계동에 위치한 정동고등학교 전경. 김영경 기자

정동고등학교의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이전 사업(매일신문 2024년 6월 12일 보도)이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법인인 호산교육재단(이하 재단)은 지난달 23일 시교육청에 정동고 위치변경 계획 승인 취소를 신청했다.

정동고 이전 사업은 현재 학교 부지(6만1천791㎡·동구 용계동 산32 일원)에서 혁신도시 내 부지(1만4천280㎡·동구 숙천동 389번지 일원)로 이전하는 것이다. 혁신도시 내 고교 신설 또는 이전 필요성이 제기되며 추진됐다.

하지만 2021년 11월 학교 위치변경 계획 승인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맞물리며 부지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재단은 온비드 공매를 통해 토지 30필지 및 학교 건물(감정가 563억6천여만 원)에 대한 매각 입찰 공고를 11차례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2023년 6월 451억여 원의 최저입찰가는 429억여 원까지 떨어졌으나 응찰자가 없었다.

이에 따라 이전 예정 일자를 당초 2024년 3월 1일에서 2025년 3월 1일로 늦췄지만 매각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이전 취소 신청을 했다.

재단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학교 이전을 재추진 한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구경북(TK)신공항 사업 완료 전까지는 사실상 이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해당 부지는 절반이 임야(산)이고 공항 인근인 탓에 고도제한이 걸려 있어 딱히 들어올 만한 게 없다"며 "군·민간 공항 이전 후 공항 후적지와 함께 개발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전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지난 18일 찾은 1만4천280㎡ 상당의 동구 숙천동 389번지 일원이 텅 비어있다. 정동고는 이곳으로 옮겨질 예정이었지만 부동산 침체로 이전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김영경 기자
지난 18일 찾은 1만4천280㎡ 상당의 동구 숙천동 389번지 일원이 텅 비어있다. 정동고는 이곳으로 옮겨질 예정이었지만 부동산 침체로 이전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김영경 기자

혁신도시 내 고교가 없어 정동고 이전을 바랐던 학생·학부모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6년 전 혁신도시에 이사 온 학부모 김모(43)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고 있어 인근에 고등학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혁신도시 내에는 고등학생 대상 학원도 많이 없어 아이가 고교 진학할 때쯤 이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론중 1학년 조모 군은 "집이 숙천초 근처인데 정동고까지 가려면 버스로 20분 넘게 걸린다"며 "집 가까운 곳에 고등학교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단 관계자는 "학교 이전 의지는 가지고 있지만 현 부지가 계속 팔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취소 신청을 하게 됐다"며 "향후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고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추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동고는 학교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남고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국제 바칼로레아(IB) 또는 과학 중점학교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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