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이상 못버티겠다" 대학들 등록금 인상 러시…교육부 동결 당근책 내놔

영남대 등 사립대 등록금 인상 발표 잇따라
대학총장들 "향후 5년간 재정 악화할 것" 우려
경북대 등 거점국립대 등록금 동결
정부 등록금 동결 위한 당근책

서강대에 이어 국민대가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을 의결하면서 서울권 대학들에서 등록금 인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 2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17년만에 4.97% 올리기로 의결했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서강대에 이어 국민대가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을 의결하면서 서울권 대학들에서 등록금 인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 2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17년만에 4.97% 올리기로 의결했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대구권을 비롯해 전국 대학들이 "더이상 못 버티겠다"며 16년 간 동결했던 등록금 인상 행렬을 시작했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발표했고 나머지 대학들도 설연휴전에 등록금 인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반면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대학에 한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높이는 등 '당근책'을 내놓으며 등록금 동결에 안간힘이다.

◆사립대 등록금 인상 발표 잇따라

영남대가 지난 15일 2025학년도 등록금 5.4% 인상을 발표했다.

영남대는 "올해 등록금을 5.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며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인상한 등록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서비스 향상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남대를 시작으로 대구권 사립대학 대부분은 이번주 내로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마무리 하고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지난 16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난에 허덕이다 "이제는 올릴때가 됐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일반대학(전문대학·대학원 제외) 신입생 충원율은 2004년 100.5%에서 2005년 95.4%로 내려앉은 이후 2024년까지 20년째 100%를 밑돌았다.

신입생 충원율은 입학정원(모집인원) 대비 실제 입학자 수의 비율로, 100% 미만이라는 것은 그해 들어온 신입생이 모집인원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재학생 충원율도 2019년 113.5%에서 2022년 108.5%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3년 110.0%, 2024년 109.9% 등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재학생 충원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퇴 혹은 휴학한 인원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의 연도별 학업 중단율(일반대학 기준)은 2023년 5.3%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입생이 정원보다 적게 들어오고 자퇴·휴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대학의 재정난을 부추기게 된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전체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학생 감소는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강력한 등록금 동결 요청에도 일부 사립대가 인상을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남대를 비롯해 서강대, 국민대, 인제대, 부산교대, 원광대 등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대학총장들 "향후 5년간 재정 악화할 것" 우려

국내 대학 총장 10명 중 7명이 앞으로 5년간 재정 상황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달 5∼26일 192개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오는 22일 예정된 대교협 총회를 앞두고 이뤄졌으며 140개교 총장이 응답했다.

총장들은 향후 5년간 대학의 재정 상태에 대해 75.0%가 현재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조금 악화'가 43.6%, '현재보다 매우 악화'가 31.4%였다. 비수도권과 소규모 대학에서 재정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재정 악화의 이유(복수응답)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증가'(86.7%)를 꼽았다. 이어 '학생모집 및 유지의 어려움'(62.9%), '교육을 위한 재정 투자 증가'(57.1%) 순이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오랜 등록금 동결 속에서 경영난에 부닥친 대학이 교육보다는 재정과 학생 충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총장들은 현시점에서 관심을 두는 영역 우선순위(5순위·복수응답)를 선택하도록 한 문항에서 77.1%가 '재정 지원 사업(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꼽았다.

'신입생 모집 및 충원'(62.9%),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교육'(56.4%), '등록금 인상'(55.7%), '재학생 등록 유지'(38.6%)가 뒤를 이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국총협)와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국총협)와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대 등 거점국립대 등록금 동결

경북대와 8개 국가거점국립대(강원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는 2025학년도 학부생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지난 12일 결정했다.

동결 결정 이유로 "현재 고환율과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과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대승적 결단"이라며 "등록금이 동결되더라도 교육과 연구의 질적 저하가 없도록 대학들이 각고의 예산 절감의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를 포함한 9개 거점국립대 총장들은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 강화를 함께 촉구했다.

대학 총장들은 "현재 국가거점대학을 비롯한 국립대학들은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교육과 연구에 재정적 어려움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지역 대학이 지역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며 만약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해부터는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등록금 동결 '당근책'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는 대학의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동결·인하 대학의 재정집행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총 7천995억원(138개교), 전문대혁신지원사업에는 5천555억원(118개교)이 투입된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체 발전 계획에 따른 자율적 혁신을 위해 2023년부터 규제를 최소화해 여건에 따라 예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며 "2023년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연장 및 확충을 위해서도 대학과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2025년 주요 정책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대학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재정 지원의 칸막이를 낮추려고 한다"며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해 재원 활용을 원활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